10만명 몰리는데도 현장 배치 경찰은 200명 불과
이상민 장관“시위로 경찰 병력 분산” 변명만
28일부터 인파 몰려...사전조치 이뤄졌어야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시민들이 밀집된 상태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SNS캡쳐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용산경찰서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핼러윈 주말 동안 112·형사·여성청소년·교통경찰 등 200명 이상을 현장에 배치해 시민 안전과 질서 확립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최근 클럽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마약류 범죄에 대한 실시간 단속을 강화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주말 동안 하루 1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이태원 일대에 몰리면서 순식간에 발생한 압사 사고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범죄 단속 등에 초점을 맞춰 질서 유지 등에 필요한 경찰관을 지나치게 적게 배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29일) 서울 시내 곳곳에 시위가 일어나 경찰 경비 병력들이 분산됐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는 불가항력적이었고, 시위 때문에 경찰을 더 배치하지 못했다’고 변명한 셈이다.
서울시 역시 이번 핼러윈 기간 동안 별도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압사 사고 전날이자 금요일이었던 지난 28일부터 이태원 일대 골목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주말을 맞아 더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모여들 것을 대비해 안전사고 예방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럽 출장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급히 귀국해 “참담한 심정이다. 장례 절차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다치신 분들의 치료와 회복에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책임론에 대해서는 “경과를 파악하고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태원을 담당하는 용산구는 지난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특별 방역 및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점검했다. 다만 이태원 일대 방역·소독과 마스크 쓰기 권고, 테이블 간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재확산을 막는 데 집중했다. 구 차원에서 클럽 거리와 지하철 역사 등 주요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했지만 결과적으로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핼러윈 축제는 행사를 책임지는 주체 없이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다 보니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지난 15~16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용산구가 후원해 개최된 이태원지구촌 축제는 행사 주체가 명확해 도로와 보행자의 동선 등을 통제했지만, 이번엔 통제 이뤄지지 않아 혼잡을 키웠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핼러윈의 경우) 축제 주체가 없다 보니 책임 소재를 따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이태원은 매년 이 기간에 많은 인파가 모이는 지역인데 관계 기관이 긴밀하게 협의해 사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