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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안고 이전, 신축 빌라 무료”… 온라인 ‘깡통 전세’ 매물 버젓이

“전세 안고 이전, 신축 빌라 무료”… 온라인 ‘깡통 전세’ 매물 버젓이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22-12-22 20:14
업데이트 2022-12-2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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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빌라왕’ 노리는 검은 손

중개사 자격 없는 개인·법인들
회원 10만명 카페서 영업 활개
중개료 대신 ‘컨설팅 비용’ 표기
‘웃돈’ 내세운 먹튀 마케팅 만연

정부 단속·경찰 수사 심해지자
카페 게시글 지우고 돌연 잠적
“지역서 오래 영업한 업소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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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세입자들을 울리는 가운데 인터넷을 기반으로 빌라와 오피스텔 급매물을 거래하는 무허가 업체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사진은 전세 사기로 아파트 단지가 통째로 경매로 넘어간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현관 모습.  연합뉴스
전세 사기 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세입자들을 울리는 가운데 인터넷을 기반으로 빌라와 오피스텔 급매물을 거래하는 무허가 업체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사진은 전세 사기로 아파트 단지가 통째로 경매로 넘어간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현관 모습.
연합뉴스
세입자들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사기 피해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업자들이 인터넷 부동산카페에서 빌라와 오피스텔의 급매를 중개하며 ‘먹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곳에 올라오는 매물은 매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부동산으로, ‘땡처리’ 등의 이름을 달고 등장한다. 부동산 계약 등 경험이 적은 청년층이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이런 건물에 전세를 들어가면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크다.

22일 서울신문이 다음과 네이버에서 활동 중인 부동산카페를 살펴본 결과 공인중개사로 보기 어려운 업자들이 할인폭이 큰 급매물처럼 포장해 올린 빌라와 오피스텔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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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세입자들을 울리는 가운데 인터넷을 기반으로 빌라와 오피스텔 급매물을 거래하는 무허가 업체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관련 게시글을 모두 지운 포털사이트의 한 빌라전문 중개카페. 포털사이트 캡처
전세 사기 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세입자들을 울리는 가운데 인터넷을 기반으로 빌라와 오피스텔 급매물을 거래하는 무허가 업체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관련 게시글을 모두 지운 포털사이트의 한 빌라전문 중개카페.
포털사이트 캡처
회원 수가 10만명에 이르는 다음의 한 부동산카페에는 전세금만 안고 소유권을 이전해 준다는 김포 지역 빌라가 매물로 올라와 있다. 글을 올린 중개업자는 “2년 남은 만기일까지 세입자는 이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갭투자용으로 좋다”면서 “전세금만 승계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면 된다. 컨설팅 수수료는 별도”라고 밝히고 있다. ‘중개료’로 표현하지 않고 ‘컨설팅 수수료’라고 표현한 것은 자신이 공인중개사가 아님을 드러낸 것이다. 회원 수가 20만명에 가까운 다른 온라인 카페에는 ‘상가·오피스텔·빌라·아파트 신축물건 무료, 부가세 환급 2900만원 활용’ 등의 광고글이 많았다.

대출이 꽉 차 있는 빌라의 소유권을 이전해 가면 취득세 등 공과금 지원은 물론 별도 500만원 이상 웃돈을 준다는 광고도 볼 수 있다. 빌라·오피스텔 1139채를 갖고 있다가 숨져 세입자 수백 명에게 피해를 준 ‘빌라왕’ 김모(42)씨도 이런 유혹에 빠진 케이스다. ‘바지사장’으로 불리는 이들은 빌라·오피스텔을 공짜로 넘겨받고 있다가 대출이자나 세금을 체납해 경매시장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최근 전세 사기 피해가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정부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흔적을 지우고 잠적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 신축빌라 전문카페의 카페지기는 지난 15년 동안 올렸던 중개글을 모두 지우고 잠적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사회적 경험이 적은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집을 찾는 청년들이 이들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근무하다 독립한 20대 박모씨는 온라인 기반 부동산중개업체 소개로 강남 오피스텔에 전세금 1억 8000만원을 주고 입주했으나,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은 ‘깡통 전세’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박씨는 “부동산등기부등본에 거래신고가액이 2억원으로 찍혀 있어 안심하고 계약했으나 매매가를 실제보다 높여 등기하는 이른바 ‘업등기’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거액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는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영업해 온 대로변의 정식 허가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인터넷 기반 중개업소가 올린 매물은 시세를 비교하는 데 참고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상봉 기자
2022-12-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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