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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리얼돌 허용… 논란도 불붙었다

전신 리얼돌 허용… 논란도 불붙었다

김정화, 곽소영, 박기석 기자
입력 2022-12-26 22:38
업데이트 2022-12-2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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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적대상 취급 인식 키워”
“사적 영역 규제 풀어야” 엇갈려
미성년·특정인 형상 제외했지만
미성년자, 중고거래서 구매 우려
“2차 시장 구매 단속 등 보완을”

리얼돌이 전시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얼돌이 전시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람의 신체를 본뜬 전신형 ‘리얼돌’ 통관 허용으로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개인의 성적 만족 같은 사적 영역에 대해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취급하는 잘못된 인식을 키우고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개정·시행된 수입통관 지침으로 성인 형상의 전신형 리얼돌 통관이 허용된다. 다만 미성년 형상, 특정 인물 형상의 수입은 금지되고, 온열·음성·마사지 등 전기제품 기능이 포함돼 안전성 확인이 필요한 경우 통관을 보류한다.

국내에선 몇 년간 리얼돌 수입을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졌다. 개인의 성적 자유라는 주장에 대해 리얼돌 대다수가 여성형인 만큼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라는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법원은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 최소화 등을 이유로 수입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업자들이 리얼돌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48건의 소송 가운데 관세청의 패소 확정은 19건, 패소 취지의 법원 조정 권고 18건, 관세청 승소는 2건이었다. 관세청은 통관 보류 취소 소송에서 미성년 형상에 대해선 승소한 점,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미성년 형상에 한해 규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미성년 리얼돌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여성단체는 마치 돈을 내면 여성을 사고팔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운영위원은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등이 유지된 동력은 피해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도 돈을 버는 사람과 시장 구조에 있다”며 “리얼돌 역시 사실상 여성을 실물 형태로 구현해 시장을 만드는 것인데, 이를 통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킨다는 그릇된 사고를 구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우리 사회가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물건화하는 관점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며 “전신형 리얼돌은 사람과 도구 사이의 경계를 더 모호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자와 특정인을 형성화한 리얼돌을 막고 있지만 그런 구분은 모호하기 때문에 유통업자가 ‘성인형’이라고 주장하면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의 외모와 신체를 모방한 리얼돌이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전국 곳곳에 리얼돌 체험 카페가 들어섰지만 관리하고 단속할 법적 근거는 없다. 시설 역시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행정기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필요도 없다. 학교 주변 200m인 교육환경보호구역만 아니면 어디든 영업이 가능하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통이 한번 시작되면 중고거래 마켓에 나오고, 이를 미성년자가 구매할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추후 2차 시장에서의 구매 단속과 판매자 규제 등 보완책이 철저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김정화·곽소영·세종 박기석 기자
2022-12-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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