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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정원 8년 놓친 위조지폐범… 구멍가게 주인이 잡았다

경찰·국정원 8년 놓친 위조지폐범… 구멍가게 주인이 잡았다

입력 2013-06-08 00:00
업데이트 2013-06-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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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지폐 5000원권 5만장 ‘일련번호 XXX77246XX’

지난 5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작은 가게에서 한 남자가 500원짜리 껌 한 통을 사고 5000원(구권)을 내밀었다. 주인 황모(62·여)씨는 지난 1월에 있었던 5000원 구권의 위조지폐 사건이 떠올라 거스름돈을 내주고 급히 계산대에 적어 놓은 일련번호(XXX77246XX)를 확인했다. 똑같은 번호였다. 남자가 가게를 나서자 황씨는 즉시 112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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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경찰서는 김씨의 작업장과 차량 등에서 사용하지 않은 위조지폐 988장과 완성되지 않은 위조지폐 2200장 등을 압수해 7일 공개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김씨의 작업장과 차량 등에서 사용하지 않은 위조지폐 988장과 완성되지 않은 위조지폐 2200장 등을 압수해 7일 공개했다.
황씨의 신고로 경찰과 국가정보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이 지난 8년간 붙잡지 못했던 일련번호 ‘XXX77246XX’의 5000원 구권 위조지폐 용의자가 마침내 검거된 것이다. 이 용의자는 5000원 구권을 2005년 3월부터 위조해 전국에 무려 2억 5000만원어치를 유통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005년 3월부터 5000원 구권 위조지폐 약 5만장을 만들어 전국에 유통한 김모(48)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통화 위조 등의 혐의로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05년부터 수년 동안 한국은행에서 발견된 5000원권 위조지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련번호 ‘XXX77246XX’의 지폐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김씨는 2005년 발견된 5000원권 위조지폐(7337장)의 65.1%에 해당하는 4775장을 유통했고, 지난해에 발견된 5000원 위조지폐의 95.5%인 4239장을 사용했다.

김씨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한 단독주택 지하에 작업장을 차리고 포토샵과 컬러프린터를 이용해 위조지폐를 만들었다. 김씨의 위조지폐는 두 장을 각각 인쇄해 붙여 만든 것으로, 김씨는 밝은 빛에 지폐를 비췄을 때 나타나는 율곡 이이의 얼굴 숨은 그림까지 완벽히 재현했다. 그는 이 위조지폐를 자신의 승용차에 싣고 전국을 돌며 껌과 테이프 등 값이 500원 정도 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거스름돈을 받아 챙겼다. 새 지폐를 사용하면 의심받을 것을 우려해 지폐를 한 장씩 구겼다 펴서 사용했다.

김씨의 범행은 황씨의 신고가 아니었으면 검거가 불가능했을 정도로 치밀했다. 그는 이 위조지폐를 만들 때 수술용 고무장갑을 착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전자 분석까지 하고도 김씨를 추적하지 못한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김씨는 한 지역에서 위조지폐를 200장씩 사용했으며, 폐쇄회로(CC) TV가 없는 소규모의 동네 슈퍼나 철물점을 물색해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위조지폐는 돌고 돌아 금융기관에 입금된 후에 위조 사실이 확인된 탓에 경찰 등은 위조지폐가 어디서 유통됐는지, 범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김씨는 지난 1월 범행을 저질렀던 황씨의 가게를 다시 찾았다가 덜미가 잡혔다. 대학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한 김씨는 위조지폐를 유통해 얻은 돈으로 생활비를 댔다고 진술했다.

글 사진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3-06-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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