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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人災… 14학번 꿈도 묻혔다

또 人災… 14학번 꿈도 묻혔다

입력 2014-02-19 00:00
업데이트 2014-02-19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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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참사 10명 사망

이번 참사도 ‘인재’(人災)였다. 지난 17일 붕괴 사고로 10명이 숨지는 등 모두 100여명의 사상자가 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2009년 준공 이후 5년 가까이 한 번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1000명을 수용할 건물을 지으면서도 안전성보다 경제성만 우선한 시공법을 택했다. 또 50㎝가 훌쩍 넘는 눈이 지붕에 쌓였는데도 운영 업체는 제설 작업을 하지 않는 등 관리상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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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사투
지붕 위의 사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위에서 18일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구조물에 깔려 있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주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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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없이 주저앉은 지붕
맥없이 주저앉은 지붕 18일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내려앉아 있다.

경주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중이던 부산외국어대 학생 9명과 이벤트 업체 직원 등 10명이 숨지고 105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밤샘 수색 작업을 벌인 구조대는 사고 발생 18시간 만인 18일 오후 3시 수색 작업을 마무리했다. 부상자들은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경주와 울산, 부산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이번 사고는 사상자 규모로 볼 때 2003년 2월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최악의 사고다. 소방당국은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체육관 외벽이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9월 준공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지금껏 한 차례도 공식적인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체육시설로 분류된 데다 연면적 1205㎡(약 364평)로 점검 기준(5000㎡)을 밑돌아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법 관리 대상에 속하는 시설은 정부가 지정하는 전문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안전점검과 정밀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이런 의무가 없었다는 얘기다. 리조트를 소유한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관리팀에서 매월 한 차례 자체 안전점검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체육관이 PEB 공법으로 지어진 탓에 사고 위험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 공법은 강철로 골격을 세우고 외벽에 샌드위치 패널을 붙이는 방식으로, 재래식 공법보다 철골량이 적게 들어 비용을 20% 정도 낮출 수 있는 반면 안전성은 떨어진다.

김진호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박사는 “PEB 공법은 작은 공장이나 창고 건물을 지을 때 주로 쓴다”면서 “이 공법으로 지으면 자칫 눈 때문에 한쪽에 힘이 몰려 무너질 수 있어 체육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지을 때는 안전성을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주일 동안 경주 지역에 50~70㎝의 눈이 내렸지만 리조트 측은 사고 당일까지 체육관 지붕의 눈을 치우지 않았다. 체육관 지붕(1205㎡)에는 약 120t의 눈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코오롱 측은 “리조트 내부 도로 제설 작업을 먼저 하다 보니 건물 지붕에 쌓인 눈은 치우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또 체육관 중앙 부분 기둥을 아예 설치하지 않는 등 설계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과 시공 과정에서 H빔 정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배봉길 경북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경주경찰서에 설치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 진단을 의뢰해 건축법 위반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주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경주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2-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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