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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발달장애아 가족의 비극

이번엔 발달장애아 가족의 비극

입력 2014-03-14 00:00
업데이트 2014-03-14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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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엄마 아빠도 못 알아봐” 광주 일가족 3명 동반자살

아들의 발달장애를 고민하던 부부가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3일 오전 광주 북구 모 아파트에서 아들의 발달장애를 고민하던 부부가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돼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A(36)씨와 아내 B(34)씨, 아들(5)이 숨져 있는 것을 B씨의 동생이 발견했으며 방안에는 연탄 3장이 타고 있는 채로 놓여 있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광주 북구 모 아파트에서 아들의 발달장애를 고민하던 부부가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돼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A(36)씨와 아내 B(34)씨, 아들(5)이 숨져 있는 것을 B씨의 동생이 발견했으며 방안에는 연탄 3장이 타고 있는 채로 놓여 있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10시 10분쯤 광주 북구 운암동 모 아파트 4층 방안에서 K(36·회사원)씨와 아내 J(34)씨, 아들(5) 등 일가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J씨의 여동생이 발견했다.

여동생은 경찰에서 “며칠 전부터 아들 문제로 처지를 비관하는 이야기를 자주했는데 이날 아침 통화가 되지 않아 이상한 기분이 들어 집을 찾아가 보니 가족 모두가 방안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방안에는 연탄불 3장이 피워져 있었으며 일반 노트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K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아들이 발달장애로 아빠, 엄마도 알아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등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2010년 24평형인 이 아파트를 구입했으며, 평범한 회사원으로 기초생활 수급이나 아들의 장애등록 신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K씨가 3일 전 병원에서 아들의 발달장애 판정을 받아 큰 충격을 받았다는 주변인의 말에 따라 이를 비관해 동반 자살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처럼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부양 문제 등으로 고민하며 자살을 선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경기 동두천시에서는 4살배기 아들의 더딘 성장을 고민하다가 우울증에 시달린 30대 주부가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관악구에서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17)을 돌보며 힘들어하던 40대 가장이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 10월 경기 파주시에서는 발달장애가 있는 누나(13)가 화재가 발생하자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남동생(11)을 구하려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함께 숨졌다.

장애인단체들은 발달장애인 문제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장애인 본인과 가족에게만 지우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발달장애인들의 생계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관련법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다른 중증 장애인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2년째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2012년 현재 19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장애인부모연대의 한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법의 신속한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4-03-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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