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관행’ 강남 주차타워 사망 불렀다

‘잘못된 관행’ 강남 주차타워 사망 불렀다

입력 2016-08-08 22:32
수정 2016-08-0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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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가 1층 오면 열리는 진입문 외부 차 막으려 평소엔 닫아놔

당시 리프트 8.5m 아래 있었지만 착각한 관리인 진입 허가해 참변

지난 6월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주차타워(기계식 주차장)로 진입하던 승용차가 8.5m 지하로 떨어져 운전자 이모(46·여)씨가 숨진 사건의 원인이 외부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주차타워 문을 닫아 놓는 관행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주차타워는 차량 주차용 리프트가 진입구인 1층으로 올라오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이 진입문을 평소 강제로 닫아 둔다. 외부 차량이 주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도 주차관리인은 문이 닫혀 있었지만 리프트가 1층에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리프트는 지하에 있는 상황이었고, 차가 들어가면서 참변이 발생했다.

문제의 주차타워뿐 아니라 대개의 다른 주차타워들도 평소 진입문을 닫아 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주차관리인 교육 같은 통상적 대책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사건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리프트가 올라오지 않는 식의 기계적 오류가 발생하면 주차타워 진입문이 자동으로 닫히게 돼 있는데, 등록 외 차량의 ‘얌체주차’를 막기 위해 늘 출입문을 닫아 두었기 때문에 관리인이 지하 8.5m 아래에 있던 리프트가 1층에 있는 줄 알고 진입문을 열어 주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종합감식 결과에서도 기계적 결함은 알 수 없다고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고 당시 주차장 제어박스의 액정에 기계적 오류가 발생했다는 표시도 떴지만, 햇살에 반사돼 주차관리인이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계적 오류가 있으면 문이 다시 닫혀야 하지만 차량이 진입할 때 문이 닫히면 차량이 파손될 수 있기 때문에 진입문에 차량 감지 센서를 달아 놓아 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주차장 유지보수 업체가 매달 정기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던 만큼 이 업체 관계자를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영등포구의 한 기계식 주차장 관리인은 “외부 사람이 무단으로 주차할 경우 관리인이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진입문을 평소에 닫아 놓는 것”이라며 “진입문이 열려 있으면 불안하고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한국주차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전국의 주차타워는 모두 4만 7835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1339곳이 새로 설치되는 등 매년 증가폭이 늘어나고 있다. 주차타워에서 일어나는 인명사고도 2014년 5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6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경기 하남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 주차타워에서 차량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망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교통안전공단은 내년 2월부터 주차관리인이 되려면 4시간의 안전교육을 받게 했다. 또 20대 이상의 자동차를 수용하는 주차타워에는 관리인을 의무적으로 두게 했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계식 주차장에서는 사소한 오류도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중·삼중의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며 “주차관리인이 일일점검을 하는 것은 물론, 일회성 안전교육보다는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8-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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