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노예’를 공포에 몰아넣은 폭행도구…“인간 제조기” 새긴 곡괭이

‘타이어 노예’를 공포에 몰아넣은 폭행도구…“인간 제조기” 새긴 곡괭이

이승은 기자
입력 2016-09-12 13:50
업데이트 2016-09-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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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때리려 만든 ’거짓말 정신봉’
지적장애인 때리려 만든 ’거짓말 정신봉’ 10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청주의 모 타이어 수리점에서 지적장애인 3급 A(42)씨에게 강제로 일을 시킨 변모(64)씨가 A씨가 말을 듣지 않을 때면 때리려고 자체 제작한 일명 ’거짓말 정신봉’ 몽둥이. 변씨는 이 몽둥이를 가지고 A씨를 위협하거나 폭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청주 청원경찰서
청주에서 지적장애인 노동 착취·인권 유린 사건이 또 발생한 가운데, 피의자가 곡괭이와 각목 등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정황까지 확인돼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타이어가게 업주 변모(64)씨를 40대 지적장애인 A씨(42)씨를 10년간 컨테이너에서 살게 하며 임금을 주지 않고 상습적으로 둔기로 폭행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혐의는 변씨 부부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A씨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타이어가게에서 일을 시키고 A씨의 10년 치 기초수급비, 장애수당 등 2400여만원을 받아 마음대로 쓴 것 등이다.

경찰은 이밖에도 A씨가 일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둔기로 상습 폭행한 정황도 밝혀냈다.

경찰이 변씨 타이어가게에서 증거품으로 확보, 12일 공개한 폭행 도구는 한 눈에도 끔찍할 정도로 무서운 ‘흉기’다.

곡괭이 자루 1개, 파이프 1개, 각목 2개 등이다.

곡괭이 자루 앞, 뒤 면에는 ‘거짓말 정신봉!’과 ‘인간제조기!’라는 살벌한 문구가 매직펜으로 적혀 있었다.

경찰은 변씨가 “거짓말을 한다” “일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A씨를 상습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몸에서 개방형 상처 등을 확인했다. A씨가 2007년 깁스를 한 사실도 진술과 병원진료 기록을 통해 파악했다.

경찰은 “피해자는 ‘두 번 다시 그곳에 가기 싫다’고 하는 등 말을 아주 잘한다. 기억력도 좋고 (축사노예) ‘만득이’ 고모씨보다 더 정상적으로 얘기한다”고 전했다.

A씨는 병원에서 깁스했던 것과 매 맞은 것을 조목조목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변씨로부터 적어도 10여회 폭행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 손님이 변씨 타이어가게를 찾았다가 A씨가 발로 차이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 경찰 수사의 단초가 됐다.

변씨는 폭행 사실 일부를 일정하지만, “흉기나 둔기로 때린 적은 없었다”며 폭행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정신지체 3급으로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데도 타이어가게를 탈출하지 않은 부분도 설명했다.

경찰은 아버지가 2008년 사망한 데다 이복 누나 등 다른 형제들과는 연락하지 않아 사실상 외톨이인 A씨가 타이어가게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애인인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 보니 탈출할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적장애 2급인 ‘만득이’ 고씨가 19년간 청주 오창의 한 축사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로 노역하고 학대를 받은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것이 얼마 전 일이어서 지적장애인들의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전국적 실태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무임금 노동과 학대의 굴레에서 벗어난 A씨는 경찰의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을 받으며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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