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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 외국 대학들도 탐내는 윤지학군, 1차전형 불합격?

[생각나눔] 외국 대학들도 탐내는 윤지학군, 1차전형 불합격?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5-09-13 23:12
업데이트 2015-09-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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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세계 1위가 서울대 탈락?” “각종 경시대회 남발 우려”

각국 영재들과 겨뤄 당당히 ‘세계 1위’를 거머쥔 한국의 컴퓨터 천재가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서울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 서울대 교수의 글이 최근 논란이 됐다. 이 교수는 수학이나 과학에 특출한 능력을 가진 지원자를 서울대가 ‘외부 스펙’ 반영 금지 규정 때문에 놓치고 있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칫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는 반박이 만만찮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최근 한 언론에 경기과학고 3학년 윤지학군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다. 윤군은 올 7월 24일~8월 2일 카자흐스탄에서 세계 83개국 322명의 고교 영재들이 참가한 ‘세계정보올림피아드’(IOI)에서 6개 과제 모두 만점을 받아 세계 1위에 올랐다. 외국 대학에서는 윤군을 탐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윤군은 자기가 가고 싶어 하는 서울대 입시에서 합격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군이 올해 서울대에 응시한다면 수시 일반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일반전형은 1단계 서류전형과 2단계 면접과 구술고사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윤군이 대회 준비 등으로 내신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기 때문에 학생부 평가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올림피아드 등 외부 경시대회 입상 기록은 지원서에 일절 쓸 수 없다. 윤군이 세계에서 탐낼 정도의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1차 전형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문 교수는 “서울대는 지금 전 과목 내신이 골고루 높은 학생들만 서류전형에 통과하는 대학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가 2014년 대입부터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등 외부 수상 실적, 이른바 ‘외부 스펙’의 전형요소 반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는 외부 스펙을 앞세운 특기자 전형이 이뤄지면 각종 경시대회가 남발되고 사교육이 늘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립대인 서울대로선 교육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문 교수와 같은 과의 염헌영 교수는 13일 “공대 내부에서 ‘재능이 있는 특기자를 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부의 지침 때문에 한 분야에서만 빼어난 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외부 수상경력 등을 대입 전형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이 규정을 공공연히 어기고 있는 여러 대학들에 우수 인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염 교수는 “대학이 경시대회의 공신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며 “알아서 놔두면 인정받는 경시대회만 살아남고 다른 대회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예체능 특기자 선발은 용인하면서 굳이 수학과 과학 등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막고 있어 인재 양성의 불균형 현상을 부르고 있다”며 “교육부가 공신력이 높은 국내외 외부경시 대회에 대해서는 입시에 반영하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스펙 게재를 금지한 이유가 사교육을 막기 위해서였던 만큼, 이를 되돌리면 결국 예전처럼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반론이 상당하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정보 올림피아드를 비롯해 난립하는 사설 기관들의 올림피아드와 각종 경시대회는 지금의 공교육만으로는 대비가 불가능하다”며 “교육부가 특정 경시대회를 인정한다면 사교육이 불처럼 번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군이 굳이 서울대를 가지 않더라도 카이스트나 포스텍은 갈 수 있으며, 이 대학들도 윤군을 인재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며 “서울대에서 윤군과 같은 학생을 뽑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러한 ‘서울대 일류주의’야말로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대학에서 이를 충분히 선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해영 부산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종합전형과 관련해 대교협에서 전국 고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해당 고교가 어느 부분에서 특성화됐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군 정도의 특출한 학생이라면 대학이 그런 부분을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제대로 살피고 평가하면 된다”며 “굳이 외부 스펙이 아니더라도 해당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만큼의 자료는 현재 사실상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조용철 기사 cyc0305@seoul.co.kr
2015-09-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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