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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일반고] <1>서울 양재고

[주목받는 일반고] <1>서울 양재고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03-14 23:04
업데이트 2016-03-1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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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스스로 주제 찾아 연구… 창의력 ‘쑥’ 수시합격률 ‘쑥쑥’

대학 입시 실적을 기준으로 ‘특수목적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여타 고등학교’의 도식이 굳어지면서 ‘일반고’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일반고들은 독특한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고 있다. 서울신문은 저마다 장점을 살려 도약하는 일반고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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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고 3학년 학생들이 14일 교내 토론실에서 ‘허니버터칩’ 스낵과자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기반학습(PBL) 연구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PBL은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조를 짜서 스스로 연구 주제를 정해 조사를 하는 수업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서울 서초구 양재고 3학년 학생들이 14일 교내 토론실에서 ‘허니버터칩’ 스낵과자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기반학습(PBL) 연구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PBL은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조를 짜서 스스로 연구 주제를 정해 조사를 하는 수업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서울 서초구 양재고 정문 왼쪽 벽에는 ‘서울대 수시 11명, 전체 13명 합격’이라고 적힌 전광판이 걸려 있다. 본관 입구 현관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시내 4년제 대학과 카이스트, 포스텍 등을 포함한 이른바 ‘주요 대학’에 모두 252명이 합격했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양재고는 올해 1학년 입학 정원이 지난해(330명)보다 85명이나 늘었다. 지난 2년간 대입 실적이 좋아 이 학교를 1지망으로 선택한 학생이 대폭 늘면서 정원이 확대됐다.

통상 고등학교의 대입 성과를 말할 때 서울대 합격자 수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서울대에 많이 들어가면 다른 대학에도 많이 합격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양재고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2013년 8명에서 2014년 5명으로 줄었다가 2015년 11명, 2016년 13명으로 늘었다. 정시모집보다 수시모집 비중이 훨씬 높은 게 특징이다. 서울대 수시 합격자 수는 2013년 6명, 2014년 4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9명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11명이 수시로 합격했다. 다른 대학 합격자도 수시가 훨씬 많다. 올해 연세대 입학 12명 가운데 9명, 고려대 9명 가운데 8명이 수시로 합격했다. 서강대는 5명 중 3명, 성균관대는 14명 가운데 9명이다.

양재고가 수시에 주력하는 이유는 최근 대입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30% 수준이던 수시 비중은 올해 66.7%까지 치솟는 등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 수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학생부 위주 전형이다. 수시의 57% 정도인 20만명 정도를 선발하는데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와 면접 등 전형요소로 구성됐다.

수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결국 학교에서 수시에 통하는 프로그램을 얼마나 알차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이다. 민병관(56) 양재고 교장은 14일 “2014년 부임한 뒤 ‘양재 미래 인재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 관련 학습과 자율 동아리 활동, 논술 등을 대폭 늘렸는데, 이것이 주효하면서 대입 성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기반학습(PBL)은 양재고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팀을 이뤄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조사, 연구한다. 고2 학생이면 의무적으로 한 학기에 4~6명씩 팀을 구성하고 주제를 선정한 뒤 창의적 체험시간에 모여 연구를 진행한다.

지난해 은상을 받은 김수현(19) 양은 ‘고등학생의 금융수학적 소양 인식을 통한 금융수학교육의 발전방향 모색’을 주제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연구를 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 8개 나라의 고교 학습 형태를 모두 분석했다. 여기에 양재고 1학년 4개 반과 2학년 이과 2개 반, 문과 2개 반에 설문지를 배포해 결과를 정리했다. 김양은 “PBL 수업의 진행과 성과를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담을 예정”이라며 “비교과 활동을 주로 보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면접 등에서도 답변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춰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강화됐다. 정규수업 시간에 진행하는 일반동아리 외에 2012년부터 상설동아리가 대폭 늘었다. 특히 2014년부터는 소수 인원이라도 언제든 자율동아리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2012년 상설동아리는 25개였지만 2015년에는 상설동아리 31개, 자율동아리 31개로 늘었다. 상설동아리는 학교가 공식 인정한 동아리로 학생 스스로 조직하고 이끌어간다. 자율동아리는 여기에 학생들의 자율성을 대폭 늘렸다.

학생들의 이런 활동은 교내상을 통해 학생부에 반영된다. 양재고는 지난해 모두 49개의 교내상을 시상했다. 이 중 개근상 등을 제외한 프로그램상은 25개다. 3학년 김상균(19) 군은 현재 자율 활동으로 토론과 주식투자 동아리를 하고 있다. 1학년 때에는 인문탐구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2학년 때 청소년 소논문(R&E)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김군은 “취미로 동아리 활동을 하지만, 입시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올 9월까지 자기소개서 완성을 위해 자율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활동은 결국 진로·진학 지도를 통해 구체화한다. 지난해 진로진학지원센터를 개축해 학생들이 수시로 진로·진학 자료를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자기소개서 등을 출력하고 상담을 받으며, 각종 진로·진학 특강도 진행된다. 김종우(55) 진로진학상담부장은 “학교의 프로그램이 아무리 우수해도 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 등에 반영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면서 “진로진학지원센터에서 교사들에 대한 진로·진학 특강을 상시 진행하고, 학생 개개인에 맞춰 맞춤형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학교가 대입에서 통하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생이 적극적으로 임하고, 여기에 진로·진학 지도까지 ‘3박자’가 맞으면 수시에서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03-1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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