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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사 목소리 빼고 졸속… 교육정책 시작은 ‘듣기’다 [관가 블로그]

현장 교사 목소리 빼고 졸속… 교육정책 시작은 ‘듣기’다 [관가 블로그]

이슬기 기자
입력 2022-08-16 19:58
업데이트 2022-08-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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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학부모들과는 간담회를 하면서, 우리 교사들은 만나려고 하지 않는데요. 왜 그런 건가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만 5세 초등 입학 추진 철회를 위한 토론회. 토론 패널로 참가한 박다솜 교사노조연맹 산하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위원장은 옆 자리에 앉은 장홍재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에게 따져 물었다. ‘만 5세 입학’ 추진으로 학부모들의 분노가 쏟아지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학부모단체, 영유아 학부모 간담회를 한 차례씩 마련했다. 유아교육계와 보육계도 “영유아의 특성을 무시한 학제 개편안을 즉각 철회하라”며 연일 성명을 냈지만, 교육부가 이들을 따로 만났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교육부가 만 5세 입학 대신 꺼낸 ‘초등 전일제’도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교육부는 방과후 과정을 확대하는 초등 전일제학교를 내년 시범운영하고, 2025년까지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는 한편 맞벌이 학부모 등의 수요를 반영해 초등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취학 연령 하향에 이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보기 드문 정책을 또 들고 나왔다. 초등학교 일선 교사들은 “전일제가 시행되면 돌봄 교실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결국 책임은 담임교사가 지게 될 것”이라며 걱정한다. 아이들 지도에 학교 행정 일까지 더해 어깨가 무거운 교사들에게 또 다른 짐이 드리워진 셈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한다는 ‘유보통합’에서도, 교사들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서로 보완하는 형태이면서도 경쟁자적인 위치를 점해 왔는데 이를 합친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전문대 이상의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직 이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자격 취득이 더 까다로운 유치원 교사들로선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를 통해서도 될 수 있는 어린이집 교사와 한데 묶이는 것이 부담스럽다. 어린이집 교사도 그간 쌓아 온 보육 노하우가 깡그리 무시되는 것 같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교육부가 내놓는 정책들의 대상자는 비단 아이들과 학부모뿐만이 아니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엄연한 정책 대상자이자 교육 주체다. 교육부의 행보가 연이어 ‘졸속’이라는 말을 듣는 데는 사전 논의 없이 불쑥 불거진 발표들이 영유아 어린이들의 앞날과 함께 교사들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하려거든 먼저 듣는 귀부터 열기를, 교육부에 촉구한다. 정부가 의견 수렴 없이 대책을 내놓으면, 그건 정책이 아니라 허망한 구호다.

이슬기 기자
2022-08-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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