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어떻게 바뀌나
절대평가와 혼용, 등급 간소화로성적 부풀리기 등 내신 폐해 보완
서·논술형 확대… 교원 역량 강화
과목 쏠림 등 학점제 훼손될 수도
1등급 늘며 되레 자퇴 자극 우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2025년부터는 고교 내신이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제로 바뀐다.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교육부가 10일 공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보면 2025년부터 고교 1~3학년 내신에서 예체능 등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 동일하게 절대평가(성취도 A~E등급)와 상대평가(5등급 석차등급)를 함께 표기하게 된다. 내신 서술·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기 위해 교원 역량을 강화하고 서술·논술형 평가만으로 내신을 평가할 수 있다는 훈령을 넣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고2·고3에게 다양한 선택과목 수강을 장려하기 위해 절대평가만 실시한다는 입장이었다. 2021년 2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에서 발표된 이 방안은 지난 6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이 발표될 때도 유지됐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전 학년 5등급 상대평가를 병기하기로 했다. 절대평가도 도입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사실상 상대평가 유지로 받아들인다. 대신 평가 등급은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제로 구간이 줄어든다. 그동안 상위 4%에만 부여하던 1등급은 상위 10%면 받을 수 있게 된다. 2등급은 24%(누적 34%), 3등급 32%(누적 66%), 4등급 24%(누적 90%), 5등급은 10%(누적 100%)로 등급이 나뉜다.
그러나 5등급제라도 상대평가를 함께 적는다면 학생들이 내신에 유리한 과목에 쏠리는 등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 같은 수시 전형에서 상대평가 등급을 보고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승민 동북고 교사는 “기하 같은 진로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과거보다 학생들이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상대평가가 병기되면) 수업 참여도가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상대평가가 병기되면 등급을 나누기 힘든 다양한 융합 과목이나 진로 과목을 교사가 개설하기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했다.
1등급 비율이 4%에서 10%로 늘면 오히려 학생들이 내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자퇴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기존 9등급제와 달리 한 번이라도 2등급을 받으면 수시로는 상위권 대학 진학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어서다.
수능 출제 범위가 사실상 고1 과정으로 축소되는 점도 변수다. 고2·고3의 사교육 쏠림을 막기 위해 학교들이 우회적으로 수능 범위를 가르치는 과목을 개설하는 꼼수도 나올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는 상대평가한 내신 등급을 반영하고 정시는 일부 대학들이 절대평가한 성취도를 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겸 반포고 교장은 “수능 범위가 아닌 고2, 3학년 과목의 내신을 지금보다 더 많은 대학이 정시에서 반영한다면 학생들도 학교생활에 충실하게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10-11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