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건강 딜레마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건강 딜레마

입력 2012-05-28 00:00
수정 201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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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지 건강을 둘러싼 전문의들의 충고나 조언을 듣다 보면 의아한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외선입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자외선으로 인한 피해를 강조합니다. 기미, 주근깨는 물론 피부암 우려까지 거론합니다. 그 말이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100% 맞는 말도 아닙니다. 햇볕의 은총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게 어디 사람뿐이겠습니까. 지렁이나 두더쥐처럼 한사코 축축한 음지로만 숨어드는 미물도 기실은 햇볕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햇볕과 완전히 차단된 방 속에 갇혀 있다면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피부과 의사들이 자외선을 피하라고 경고하는 건 자외선의 부작용이나 폐해에 중점을 둔 조언이지 자외선을 필요악으로 규정하는 게 아님이 분명합니다.

그런가 하면 내분비내과, 정신과 전문의 등은 햇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현대인들이 지나치게 햇볕을 피해 특정 비타민 합성에 문제가 생기는가 하면 예기치 않은 병, 즉 우울증 등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역시 틀린 말이 아닙니다. 햇볕이 인간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자신의 관점에서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들의 말이나 피부과 등에서 햇볕을 피하라는 말은 큰 틀에서 다른 듯 같은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적정성’입니다. 피부과 의사들이 자외선을 피하라고 강조하지만 그 말을 액면대로 믿고 방 안에만 은거할 사람이 어딨겠으며, 다른 쪽에서 햇볕에 노출되면 건강에 좋단다고 한여름 땡볕 속에서 웃통 벗고 나댈 사람이 또 어딨겠습니까. 사람의 일이라는 게 자로 재듯 선을 긋지 않아도 적정치를 수렴하는 ‘상식’이 작동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바쁘게 살아 얼굴이 허여멀건한 사람이 때론 햇볕을 받으며 기꺼워하고, 바깥일 하느라 살갗이 새까맣게 탄 사람이 선글라스를 챙겨 쓰는 것이겠지요. 얼핏 딜레마 같은 일도 찬찬히 짚어 보면 대개 답이 있습니다. 정답은 스스로 균형을 맞춰 가는 ‘상식적 감각’이지요.

jeshim@seoul.co.kr

2012-05-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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