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부세포를 원시세포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되돌리지 않고 직접 초기단계의 배아줄기세포로 전환시킨 다음 이를 완전한 간(肝)세포로 분화시키는 실험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 글래드스톤 연구소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피부세포인 섬유아세포를 배아의 초기 분열과정에서 나타나는 3개의 세포층 중 하나인 내배엽 전구세포로 직접 전환시키고 이를 다시 성숙한 간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래는 피부세포를 원시세포인 iPS로 일단 환원시킨 다음 이를 여러 신체조직 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이 순서이지만 iPS로 되돌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직접 배아의 초기 세포층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내배엽은 초기배아의 3개 기본 세포층(내배엽, 중배엽, 외배엽) 중 하나로 간, 췌장 등 소화와 관련된 기관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간세포를 간부전을 유발시킨 쥐의 간에 이식한 결과 간세포로서의 완벽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을 지휘한 홀저 윌렌브링 박사는 밝혔다.

이 새로운 기술은 전체 간 이식은 필요하지 않지만 간 조직 공여자 찾기가 어려운 간부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피부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든 iPS로 심근세포, 췌장세포, 심지어는 신경세포와 매우 흡사한 세포로는 전환시켰지만 이를 세포치료에 꼭 필요한 완전히 성숙된 세포로 배양해 내기가 극히 어려웠다.

특히 이렇게 만든 간세포를 살아있는 간조직에 이식한 뒤까지 생존시키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윌렌브링 박사 연구팀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진피 윗부분에 주로 분포되어 있는 섬유아세포를 사람에게서 채취한 다음 여기에 OCT4, SOX2, KLF4 등 3개 유전자를 레트로바이러스에 실어 주입하고 성장인자와 소분자들에 노출해 배아의 내배엽 전구세포로 배양했다.

이어 내배엽 전구세포를 간세포로의 분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장인자와 소분자에 배양해 초기단계의 간세포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간세포는 완전히 성숙된 상태는 아니었고 성숙해 가는 과정에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간부전 모델 쥐의 간에 주입했다. 2개월이 지나자 이식된 인간의 간세포는 간 단백질 생산이 증가하면서 간세포로서의 완벽한 기능을 수행했다.

간세포의 증식은 이식 9개월 후까지도 지속됐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이번 실험에서 간세포가 생체 간에서 완전히 성숙해 이식 후 오랫동안 생존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윌렌브링 박사는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2월23일자)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