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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등 한의사 허용’ 놓고 의사-한의사 갈등

‘엑스레이 등 한의사 허용’ 놓고 의사-한의사 갈등

입력 2015-01-14 13:27
업데이트 2015-01-1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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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진료비 부담만 늘 것”vs. 한의사 “국민 편의 위해 허용해야”복지부 “6월 말까지 허용 의료기기와 관련 기준 정할 것”

엑스레이, 초음파 같은 현대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의사 단체와 한의사 단체는 14일 오전 10시30분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에 각각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면서 공방을 벌였다.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정부가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부터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8일 규제기요틴(단두대) 민관합동 회의를 열고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사 단체들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반발하자 한의사 단체는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이라며 반박하고 나섰고, 이후 서로를 비난하는 성명전이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건강상 위해성 여부를 판단해 허용 의료기기의 범위를 정할 계획이다.

강민규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한의사가 사용해도 건강상 위해가 없는 범위에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방침”이라며 “6월까지 어떤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할지 세부 의료기기 목록과 관련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의원 환자도 X레이·초음파 이용하려면 일반병원 가야

그동안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허용되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한의원에 다니는 환자가 현대 의료기기를 활용한 검사를 받으려면 일반 의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예를 들어 손목이나 허리가 접질린(염좌) 환자의 경우 한의원에서 침을 맞다가도 혹시나 골절이 아닐까 우려가 된다면 일반 의원에서 X레이를 촬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뇨 환자가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일반 병원에서 혈액분석기를 쓴 뒤 검사 결과를 한의원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불허했던 이전의 규제를 개혁 대상으로 삼은 것은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2013년 12월 한의사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헌재는 의료기기로 안질환 등을 진료한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한의사가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진료에 사용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는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 의사 “오진 우려…진료비 국민 부담만 증가할 것”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의사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면허 반납까지 불사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를 항의방문하고 대정부 요구사항이 담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협회는 항의 서한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현행 의료체계를 부정하고 국민건강의 위해, 국민의료비 증가, 의료의 질 저하 등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규제기요틴 과제 추진을 강행하면 11만 의사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한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의사의 고유 영역을 한의사에게 허용하는 것은 불법을 합법화하려는 것”이라며 “정부는 앞장서서 직능간 갈등을 유발하는 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 단체들은 정부의 방침이 오진 피해를 낳을 수 있으며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만 늘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잘못 사용해 오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해 더 많은 의료기기 사용 처방을 내리는 ‘공급자 유발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논리다.

2013년 헌재의 결정에 대해서도 “전문가 단체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아 절차적 공정성이 결여된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한한의사협회가 헌재의 엉터리 판결 한가지 예를 들며 사법부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고 오도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경제논리로 국민 건강과 안전을 단두대에 올렸다가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한의사 “국민 편의를 위해 허용해야…한방 현대화에도 필요”

한의사들의 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단체들의 논리에 반박하고 나섰다.

한의사들은 의사단체의 논리를 ‘직능이기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국민 건강과 불편 해소’를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대한 찬성 논리로 내세웠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환자들이 발목을 삐어 한의원을 찾았다가도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없어서 다시 의원에게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이동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이중으로 낭비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의사협회는 앞서도 정부의 방침에 대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사항”이라며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규제를 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낸 바 있다.

의사 단체들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양의사들이 극단적인 표현으로 국민들을 불안해하고 있다”며 “제3자인 의사단체들은 이기적인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방의 현대화와 해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해외 대체 의학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없애 한방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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