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아 사망 막아주는 ‘풍선 수술도구’ 개발

조산아 사망 막아주는 ‘풍선 수술도구’ 개발

입력 2015-01-30 09:36
업데이트 2015-01-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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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산한 태아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인 ‘자궁경부무력증에 의한 양막파열’을 막을 수 있는 수술도구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조산이란, 정상적인 임신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37주 이전에 분만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매년 1500만명의 조산아가 태어나며, 이 중 110만명 가량이 조산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조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특히 위험한 것이 바로 자궁경부무력증이다.

 자궁을 단단히 받쳐줘야 할 자궁경부가 임신 중기인 16주에서 23주 사이에 힘없이 열리면서 양막이 빠져나오는 질환으로,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태아가 조기 분만돼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같은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양막이 빠져나와 조산 우려가 있을 경우 태아를 살리기 위해 빠져나온 양막을 자궁경부 안으로 밀어 넣고 자궁경부를 묶는 응급자궁경부봉합술을 시행한다. 문제는 기존의 수술방법으로 대응할 경우 양막 파열로 태아가 사망하는 경우가 40%나 된다는 점이다.

 이근영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수술기구(Lee‘s Cerclage Balloon)를 고안했다. 30㎝ 길이의 이 기구는 한쪽 끝에 특수 고안된 도우넛 모양의 실리콘 풍선이 붙어 있다. 이 풍선에 공기를 주입해 돌출된 양막을 자궁 안으로 밀어 넣는데, 이때 양막에 균등한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파열 가능성이 줄어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1998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응급자궁경부봉합술을 시행한 이후 환자가 몰리면서 거즈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수술도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면서 “초기에는 볼펜 껍데기에 풍선을 달아 이용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형태로 제품화했다”고 말했다.

 기구는 자궁경부의 팽창 정도에 맞출 수 있도록 4가지 종류로 개발, 양막이 빠져나온 정도에 따라 적절한 크기를 골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이 기구에 대해 국내 특허를 획득한 데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의료기술 등재를 신청했다.

 실제 임상에서도 이 수술도구의 효과가 확인됐다. 2010~2013년 사이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조산 위기에 놓인 산모 91명에게 적용한 결과, 모든 산모에서 양막 파열 없이 성공적으로 수술이 가능했으며, 수술 후 태아의 생존율도 78%나 됐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근영 교수는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조기 분만한 태아는 사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생존하더라도 호흡곤란증후군, 신경장애 등 조산에 따르는 여러 가지 합병증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높아 태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 도구를 이용하면 양막 파열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어 기존 방식으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태아도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저명 학술지인 미국산부인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bsterics & Gynecology) 1월호에 표지 소개와 함께 발표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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