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으로 비만·당뇨 잡는다…새 치료법 기대

장내 세균으로 비만·당뇨 잡는다…새 치료법 기대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6-06-30 11:01
수정 2016-06-30 11:0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장(腸) 속에 살고 있는 특정 세균이 효소 및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체중과 혈당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만과 당뇨 등 대사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미나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팀은 장내 세균인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가 복부 지방세포를 활성화해 지방 분해 효소 ‘PPARα’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체중과 지방량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세균은 소장의 호르몬 조절 상피세포를 활성화하고 혈당 감소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의 분비도 촉진시켜 체내 혈당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인슐린의 양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

장내 세균은 소화, 면역 등 우리 몸 전반의 질병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장내 세균의 구성비가 비만의 발병과 관련 있다는 학계 발표가 나온 이후 장내 세균 집단이 대사 물질을 조절해 비만, 당뇨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작용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장내 세균이 체내 숙주 세포의 대사 작용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이를 통해 체중과 혈당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장내 세균 집단이 아닌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라는 특정 세균의 조절 작용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과 그 활용성을 높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연구팀은 장내 수지상 세포에서 특이적으로 자가섭식 관련 유전자가 없는 쥐가 정상 대조군 쥐에 비해 체중과 지방량이 유의적으로 줄어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혈중 인슐린 양이 증가하면서 혈당 수치가 낮아지는 사실도 찾았다. 이에 연구팀은 자가섭식 관련 유전자가 없어진 쥐의 특성에 주목하게 됐고, 이를 활용한 쥐 실험을 통해 장내 세균의 대사 물질 조절 기전과 비만, 당뇨와의 관련성에 대해 규명하게 됐다.

권 교수는 “특정 장내 세균이 체중과 혈당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새롭게 밝혀져 비만과 당뇨 등의 대사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며 “유산균 같은 인체 유익균을 살아있는 채로 섭취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과 같이,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를 대량 배양해 체질 개선제나 치료제로 활용한다면 대사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은 유익한 장내 세균의 대사 조절을 방해해 비만과 당뇨를 키울 수 있다”며 항생제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 도약 사업 및 보건복지부 중개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점막 면역학’ 최신호에 실렸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3 / 5
학생들 휴대폰의 도청앱 설치 여러분의 생각은?
지난 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김하늘(8)양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가 3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아이의 휴대전화에 도청앱까지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이 도청앱의 오남용으로 인한 교권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휴대폰에 도청앱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남용이 우려된다.
안전을 위한 설치는 불가피하다.
2 / 5
2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