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체류땐 30%만 본인 부담
C형 간염약 등 고가약 집중 처방작년부터 건보재정에 타격 입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C형 간염 환자 진료비 중 건보공단이 부담한 금액은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5년 동안 189억원이다. C형 간염 진료비 공단부담금은 2013~2015년 해마다 13억~18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갑자기 82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59억원이다. 이는 중국인들이 먹는 C형 간염약인 ‘소발디’, ‘하보니’를 집중적으로 처방받았기 때문이다.
‘소발디’는 한 알에 29만 7000원, ‘하보니’는 25만 7000원이다. 12주간 쓰면 완치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높다고 알려졌다. 마침 지난해 5월 이 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약값의 30%만 본인이 내면 된다. 이 약은 중국에서는 구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개월만 체류하면 보험 혜택을 받고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인 C형 간염 환자들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건보 혜택을 노리고 단기 체류하며 집중적으로 약을 타 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국인 266명은 국내 의료기관에서 본인부담금 12억 8472만원만 내고 30억 8960만원의 건보 혜택을 받으며 ‘소발디’ 등 비싼 C형 간염약을 타 갔다. 올해는 9월까지 274명이 13억 2504만원을 내고 31억 7877만원의 건보 혜택을 받았다. 이들 2개 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한 지 2년도 안 됐지만 건보 재정에 62억원 적자가 난 것이다. 중국 외 다른 국가 환자는 지난해 20명, 올해 27명에 그쳤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한 중국인은 단 한 차례 진료를 받고 고혈압약을 처방받아 샀는데 본인부담금은 654만 9000원인 반면 공단부담금은 1528만 2000원이었다.
올해도 중국인 한 명이 두 차례 진료를 받고 고혈압약을 샀는데 본인부담금은 250만 6000원, 공단부담금은 562만 7000원이었다.
심지어 단기간에 건보 자격을 얻은 뒤 가족을 피부양자로 올려 국내 진료를 받게 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올 7월 말 현재 영주외국인의 6개월 이상 건보 체납액 16억 9731만원 가운데 중국인 체납액이 7억 7358만원(45.6%)에 이른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외국인도 내국인과 같은 자격을 줄 수밖에 없고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도 비슷한 혜택을 보고 있어 당장 대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보험료율, 본인부담률을 달리하는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제도’를 따로 설계해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7-10-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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