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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처럼 부리는 軍상관 못견뎌 자살 국가 배상책임

‘머슴’처럼 부리는 軍상관 못견뎌 자살 국가 배상책임

입력 2013-07-24 10:01
업데이트 2013-07-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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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며 마치 ‘머슴’처럼 부리는 상관 탓에 군 복무 중 자살한 운전병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1년 육군에 입대한 이모씨는 부대 참모장의 운전병으로 배치받았다.

이씨의 상관은 규정을 위반하고 출퇴근 때뿐 아니라 외부 약속장소에 가거나 주말에 집에 들를 때에도 관용차를 이용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이씨는 관사 청소나 빨래, 잔심부름은 물론이고 참모장의 강아지까지 돌봐야 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상관의 개인적인 심부름에 시달렸지만, 참모장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상부에 알릴 수 없었던 이씨는 보고 없이 잦은 외출을 한다는 윗선의 질책도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휴가 때 인수인계를 잘못했다며 간부들의 폭언과 심한 질책까지 받자 이씨는 2002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의 어이없는 대처는 이씨가 숨진 이후에도 계속됐다.

헌병대는 ‘이씨가 관사에서 게임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선임병의 진술만을 토대로 이씨가 휴가 중 인터넷 게임을 하다 게임 아이템을 훔쳤고 이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자살했다는 엉터리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수사보고서에 적힌 부대원과 지인들의 진술 내용도 모두 위조된 것이었다.

유족들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끝에 7년만에 이씨가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상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등 군내 부조리로 숨졌다는 결론을 얻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여미숙 부장판사)는 이씨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7천7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과중한 업무와 상관의 폭언으로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부대 간부들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사망 경위에 대해 일부 진술에만 의존해 섣부른 수사결과를 내놓은 헌병대의 과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인 5년이 지나 배상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후진적 형태의 군 사고를 막지 못하고 헌병대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유족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했으면서도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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