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후지코시,근로정신대 피해자에 8천만∼1억 배상”

법원 “후지코시,근로정신대 피해자에 8천만∼1억 배상”

입력 2014-10-30 00:00
업데이트 2014-10-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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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은 반인도적 불법행위”…日법원의 피해자 패소 판결 효력 불인정

2차대전 당시인 1940년대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이 회사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홍동기 부장판사)는 30일 김모씨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13명과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 18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8천만원∼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총 배상액은 15억원이다. 재판부가 “배상액을 가집행할 수 있다”고 선고함에 따라 국내에 후지코시의 재산이 있다면 원고들은 이 판결문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통해 배상액을 받아낼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가 거짓말로 나이 어린 여학생들을 속여 근로정신대에 지원하도록 하거나 강제징용해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게 한 것은 일본의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 불법행위”라며 “이로 인해 원고들이 받았을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12시간씩 엄격한 감시 속에 위험한 노동에 종사했고, 열악한 상황에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임금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귀국 후에는 일본군 위안부로 오인돼 주변인들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일부는 배우자로부터 폭언과 폭행, 이혼의 고통을 겪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후지코시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동일한 소송을 내 패소한 바 있기 때문에 같은 소송을 두 번 할 수 없고,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됐으며, 소멸시효도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본 판결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이를 그대로 승인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며 일본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로 피해자 본인과 가족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기를 소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928년 설립된 후지코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12∼18세 한국인 소녀 1천여명을 일본 도야마 공장에 강제로 끌고 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재판소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포기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11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우리 대법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피해자들이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후지코시 피해자들은 이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피해자 6명과 가족 등은 이날 직접 법정을 찾아 선고 결과를 경청했다. 후지코시 측 관계자는 출석하지 않았다.

판결 선고를 들은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선고 직후 손뼉을 치고 서로 손을 맞잡으며 기뻐했다.

이번 소송을 도운 장완익 변호사는 배상금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와 관련한 질문에 “강제집행까지 가기 되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며 “한국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배상액을 즉시 지급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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