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명예 바닥에…” 뒤늦게 사과한 김수남

“檢 명예 바닥에…” 뒤늦게 사과한 김수남

최지숙 기자
입력 2016-09-30 22:46
수정 2016-09-3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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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진경준 前 검사장 비리 이어… 이번엔 “김형준 부장검사 비리 송구”

“최근 일부 구성원의 연이은 비리로 정의로운 검찰을 바라는 국민께 실망과 충격을 안겼습니다. 검찰의 명예도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합니다.”

“檢 비리 사과” 고개 숙인 검찰수장
“檢 비리 사과” 고개 숙인 검찰수장 김수남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청렴서약식에서 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의 구속 등 최근 발생한 검찰 비리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 총장의 사과는 지난 7월 18일 진경준 전 검사장 구속과 관련한 사과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진경준(49·구속 기소) 전 검사장에 이어 최근 5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김형준(46·구속) 부장검사까지 구속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30일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월 진 전 검사장 구속 직후 “국민께 실망과 분노를 안겨 드려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자료와 대변인을 통한 것이어서 국민에 대한 공식 사과로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으로 평가된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청렴 서약식’에서 “많은 국민은 검찰이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청렴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스스로도 내부의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고는 검찰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공정과 청렴은 검찰 조직의 존립 기반”이라며 “공정하지 않으면 옳은 판단을 할 수 없고, 청렴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강조했다.

김 총장은 특히 진 전 검사장과 김 부장검사의 비위를 겨냥한 듯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비밀이 없어서 청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청렴해야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일선 검사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검찰의 청렴 선서
검찰의 청렴 선서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와 수사관 등 검찰 직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청렴 선서를 하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김 총장의 사과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 개인의 일탈은 총장이 사과할 일이 아니다. 개별 검사의 문제가 있을 때마다 수뇌부가 일일이 사과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반성 없이 권위적인 태도를 고집한다’는 각계각층의 비난 여론이 일었고, 이에 김 총장은 일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렴 서약식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전면 시행을 맞아 대검을 포함한 전국 64개 검찰청에서 일제히 열렸다.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1만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권위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에서 만들어진다”며 “검찰이 다시 신뢰받는 기관이 되기 위한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10-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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