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조사 때 검사 지휘권 부여
‘행정조사’서 ‘처벌 위주’로 대체
재계도 “기업 경영 위축” 경계
윤석열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2022. 3. 21 김명국 선임기자
특사경은 전문 분야에 대한 단속·수사권을 행정공무원에게 부여하는 제도로 검사가 특사경의 수사를 지휘한다. 만일 특사경이 공정위 조사를 주도하는 체계가 되면 공정위는 검사 지휘를 받아 기업들을 조사해야 한다.
즉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를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한 뒤 법 위반 정도가 심한 기업들에 한해 고발하던 지금의 ‘행정조사 위주 체계’가 조사 초기부터 검찰 지휘를 받는 특사경이 기업들을 조사하는 ‘처벌 위주 체계’로 대체될 수 있단 얘기다. 기업을 잠재적 처벌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에서, 공정위 특사경 제도 도입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친기업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에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은 공정거래 사건 조사에 대한 종결권을 누가 갖는지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공정거래 사건에 한해 공정위 고발이 있을 때에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한 ‘전속고발권’이 가동되어 온 지금까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기업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담합 사건에선 자진신고를 하거나 조사에 협조하는 기업에 한해 형사고발을 면제시켜 주는 공정위의 ‘리니언시’ 제도에 힘입어 업계 1·2위 기업이 형사처벌을 면제받고 군소 기업만 검찰 수사를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특사경 제도가 도입되면 어떤 기업을 형사입건할지 결정은 오롯이 수사지휘를 하는 검찰의 권한이 된다.
재계에서도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공정위 특사경 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공정위 특사경 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공정거래 사건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접근하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고, 윤 당선인의 친기업 기조에도 반한다”며 거부감을 표했다. 경쟁법 전문가들도 “공정거래 사건의 특성상 행정적 제재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세종 이영준 기자
2022-04-04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