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리천장’ 말한 김명수 대법원장, 법원장 추천 女후보 올라와도 단 한 명 임명하지 않았다

[단독] ‘유리천장’ 말한 김명수 대법원장, 법원장 추천 女후보 올라와도 단 한 명 임명하지 않았다

곽진웅 기자
곽진웅 기자
입력 2022-10-11 17:20
수정 2022-10-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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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 추천제’, 여성 법관 임명 0건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공고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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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1. 2. 8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1. 2. 8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김명수 대법원장이 민주적 사법 행정을 위해 ‘법원장 후보 추천제’(추천제)를 도입한 후 복수의 여성 법관이 법원장 후보로 올랐으나 단 한 명도 임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여성 후보가 단독 후보로 추천됐을 때도 후보에 없던 남성 법관이 임명돼 오히려 사법부의 ‘유리천장’이 공고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을 통해 받은 ‘법원장 추천자 중 여성 법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추천제 도입 이후 여성 법관이 후보로 추천된 사례는 모두 다섯 차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법원장에 임명된 적은 없었다.

올해 법원장 후보로 추천된 여성 법관으로는 서울행정법원장 후보 이정민(사법연수원 29기)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원장 후보 윤경아(26기) 부장판사, 서울서부지법원장 후보 신진화(29기) 부장판사가 있었지만 다른 후보가 최종 임명됐다. 신 부장판사는 2019년 의정부지법원장 후보로 단독 추천되기도 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후보에 없던 다른 인물을 임명했다.

추천제는 일선 판사들의 의중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각급 법원 소속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3배수가량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그중 한 명을 임명하는 시스템이다. 현장에서는 여성 법관을 꾸준히 후보로 올렸지만 김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추천제는 현재 전국 21개 지법 중 13곳에서 시행 중이며, 김 대법원장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23년 9월까지 모든 지법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전체 법관 중 여성 법관의 비율은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대법원장과 대법관, 정원 외 판사를 제외한 여성 법관의 수는 1034명으로 전체 법관의 33.8%를 차지한다. 신규 여성 법관의 임용 비율도 지난해부터 50%를 넘겼다. 신임 법관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는 얘기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대법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당시 “대법원장이 된다면 여성 법관 유리천장 문제에 신경 쓰겠다”면서 “여성이 역량과 능력에 따라 임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법부 내에선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제도 도입 취지와 별개로 일선에서 추천된 여성 법관이 단 한 명도 법원장에 임명되지 않은 사실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다만 법원 내 주요 보직에 여성 법관들이 편재돼 있어 법원장 임명 여부로만 따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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