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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서 생생한 셰르파, 데니소바인 DNA 흐른다

히말라야서 생생한 셰르파, 데니소바인 DNA 흐른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9-05-02 02:00
업데이트 2019-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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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동굴서 16만년 전 턱뼈 발견

저산소 환경 적응 돕는 EPAS1 보유
호모사피엔스와 교배로 유전자 전수
히말라야 원주민 원활한 활동에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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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소바인 남성의 상상도. 사이언스 제공
데니소바인 남성의 상상도. 사이언스 제공
20세기 초 북극점과 남극점이 미국과 노르웨이 탐험가들에게 차례로 정복됐다. 탐험가들이 다음으로 관심을 가진 곳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약 8848m)인 에베레스트였다. 특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은 북극점과 남극점 첫 정복을 다른 나라들에 빼앗기자 가장 높은 산 최초 정복으로 눈을 돌렸다. 1920년대부터 도전했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던 최정상 정복은 1953년 존 헌트가 이끄는 9차 원정대에 의해 이뤄졌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첫 발을 내디딘 사람은 에드먼드 힐러리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였다. 그 이후 셰르파는 히말라야 등반에는 없어서는 안 될 등산 안내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과학자들은 셰르파들이 고산 지역에서 쉽게 적응하게 된 이유를 찾아나섰지만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못해 왔다.

그런데 다양한 국적의 인류학자와 생물학자들이 셰르파들의 고산 지역 생존 열쇠는 고(古)인류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덕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국 과학원,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함께 덴마크, 대만,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프랑스 8개국 14개 대학 및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티베트 고원에 있는 한 동굴에서 최초로 데니소바인의 턱뼈를 발견하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5월 2일자에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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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굴된 고산 지역 거주 데니소바인의 아래턱뼈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만든 이미지. 턱뼈 일부가 잘 보존돼 있어서 완전한 아래턱뼈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중국 란저우대·네이처 제공
이번에 발굴된 고산 지역 거주 데니소바인의 아래턱뼈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만든 이미지. 턱뼈 일부가 잘 보존돼 있어서 완전한 아래턱뼈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중국 란저우대·네이처 제공
현존하는 인류는 호모사피엔스 1종뿐이지만 5만~6만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과 서아시아 지역에는 네안데르탈인, 시베리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데니소바인 등 최소 3종의 인류(호미닌)가 함께 살았다. 그러다 네안데르탈인은 5만년 전부터, 데니소바인은 4만년 전부터 서서히 사라져 멸종했다.

인류 진화 연구에서 가장 앞선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은 약 1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교배가 있었음을 2016년에 밝혀냈고, 지난해에는 약 39만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사이에서도 교배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이번에는 중국 과학원 고산생태학연구소와 함께 티베트 고원에서 16만년 전 살았던 데니소바인 턱뼈를 발견한 것이다. 이번 분석에 사용된 턱뼈는 1980년 티베트 불교 승려가 중국 란저우대 인류학과에 기증한 것으로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가 2016년이 돼서야 방사선 동위원소 연대 측정과 단백질 분석 등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돼 이번에 데니소바인의 뼈로 확인된 것이다.

데니소바인은 2008년 러시아와 몽골 국경 근처 시베리아 남부 데니소바 동굴에서 처음 발견된 새끼손가락뼈를 DNA 분석으로 발견해 낸 인류다. 데니소바 동굴은 고도 700m에 위치했지만 이번에 새로 확인된 데니소바인은 중국 샤허현에 있는 고도 3280m의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서 발견됐다. 이번처럼 높은 고도에서 고인류 종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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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고산 데니소바인이 발굴된 지역은 남동쪽 방향으로 입구가 난 동굴로 현지에서는 불교 신자들이 많이 찾는 동굴이자 유명 관광지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중국 란저우대·네이처 제공
이번에 고산 데니소바인이 발굴된 지역은 남동쪽 방향으로 입구가 난 동굴로 현지에서는 불교 신자들이 많이 찾는 동굴이자 유명 관광지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중국 란저우대·네이처 제공
연구팀은 단백질 분석을 통해 티베트 데니소바인이 시베리아 데니소바인과 유전적으로 매우 밀접한 것으로도 확인했다. 셰르파, 티베트인 같은 히말라야 고산 지역에 거주하는 현대인들의 게놈에는 저산소 환경에서 적응을 돕는 EPAS1이 발견됐는데, 이는 데니소바인에게서 유전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장 자크 후블랑 인류진화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데니소바인이 시베리아 지역에서 남하해 티베트 고원 지역에 자리잡은 다음 뒤늦게 이 지역으로 진출한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의 교배를 통해 고산 지역의 저산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남겼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9-05-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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