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기준 못 미치는 ‘미니 블랙홀’ 무리를 놓치고 있다

블랙홀 기준 못 미치는 ‘미니 블랙홀’ 무리를 놓치고 있다

강경민 기자
입력 2019-11-01 15:33
수정 2019-11-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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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질량 3.3배 블랙홀 확인…“키 큰 사람만 대상으로 한 인구조사와 같아”

블랙홀은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중성자별을 거쳐 생긴다. 빛조차 빠져나오질 못할 정도로 막강한 중력을 갖는 블랙홀은 대체로 태양의 5~15배의 질량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홀이 될 만큼 강력하지 못하면 중성자별로 남는데 태양 질량의 2.2배를 넘는 중성자별은 아직 관측되지 않고 있다. 중성자별이 가질 수 있는 질량의 한계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측된 블랙홀의 최저 질량은 태양의 3.8배로 중성자별의 질량 한계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어 그 사이의 질량을 갖는 ‘미니(저질량) 블랙홀’이 있는데도 놓치고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천문학과 토드 톰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한 논문을 통해 블랙홀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지금까지 간과돼온 미니 블랙홀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톰슨 교수는 지난 2017년 여름 라이고(LIGO·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가 약 180만 광년 밖에서 서로 충돌하는 것을 포착한 두 개의 블랙홀이 각각 태양의 31배와 25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것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기존 질량 기준을 크게 웃도는 블랙홀이 있으면 기준을 밑도는 미니 블랙홀도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톰슨 교수 연구팀은 우선 우리은하 내 약 10만개에 달하는 별의 스펙트럼 자료를 모은 ‘아파치 포인트 천문대 은하 진화 실험(APOGEE)’ 자료를 꼼꼼히 분석했다.

블랙홀은 두 개의 별로 된 쌍성계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연구팀은 스펙트럼상 청색편이에 이어 적색편이를 보이는 별이 블랙홀이 된 짝별을 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런 별을 집중적으로 찾아냈다.

그렇게 추려진 별 200개의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적색거성 한 개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천체는 우리은하의 블랙홀 기준에는 훨씬 못 미치고 중성자별보다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가이아 위성 자료와 추가 분광 자료 등을 통해 이 천체가 태양의 3.3배 질량을 갖는 미니 블랙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톰슨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블랙홀을 찾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천문학자들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미니 블랙홀 무리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을 밝혀냈다”면서 “사물의 질량은 형성과정과 진화에 관해 말을 해주고 이는 본질에 관해 밝혀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우리은하 내 모든 블랙홀을 조사하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지만 이는 키가 175㎝ 이상 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인구조사를 진행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175㎝가 안 되는 키를 가진 사람이 분명히 있는데도 이를 모르고 175㎝를 넘는 사람만 조사하는 것은 불완전하며 정확한 통계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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