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자 4개만 갖고 있는 기묘한 원자핵 발견…원자번호 ‘0’ 세계 열리나

중성자 4개만 갖고 있는 기묘한 원자핵 발견…원자번호 ‘0’ 세계 열리나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2-07-06 15:51
수정 2022-07-0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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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본-한국 중심 전 세계 25개 연구기관 92명 과학자
일본 이화학연구소 중이온가속기의 다중입자측정장치로 실험
중성자 4개로 구성된 테트라 중성자 핵 발견

중성자만으로 이뤄진 중성자 별
중성자만으로 이뤄진 중성자 별 사이언스 제공
한국 과학자들이 포함된 국제 연구팀이 중성자로만 만들어진 핵을 발견해 ‘원자번호 0번’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양성자 수가 원자번호와 성질을 결정하고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의 합이 원소 질량을 결정한다. 양성자가 없으면 사실상 원자번호가 0이 된다는 것이다.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중심으로 전 세계 25개 연구기관, 92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중성자 4개로만 이뤄진 ‘테트라 중성자’ 핵을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뤄진 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는데 현재까지는 중성자만으로 이뤄진 원자핵은 관찰되지 않았다. 중성자로만 결합된 자연현상은 질량이 큰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뒤 중심부가 중성자로만 이뤄져 있는 중성자별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양성자가 없는 원자핵의 존재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험적으로는 명확히 관측된 적이 없어 60년 동안 핵물리 연구 분야의 난제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일본 리켄에 있는 중이온 가속기(RIBF)의 다중입자측정 실험장치인 ‘사무라이 스펙트로미터’를 이용해 4개 중성자만으로 만들어진 원자핵을 관측에 성공해 테트라 중성자 핵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가속기로 만든 무거운 빔을 상대적으로 가벼운 표적에 충돌시켜 원자핵에서 일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중성자 핵을 만들었다. 우선 산소-18로 만든 ‘1차 빔’을 가속시켜 금속인 베릴륨에 충돌시켜 양성자 2개, 중성자 6개를 가진 무거운 빔인 헬륨-8을 만들었다. 그 다음 초전도 희귀동위원소 빔 생성 분리 장치로 양성자 1개를 가진 액체 수소표적에 조사하면 양성자 2개, 중성자 2개를 가진 헬륨-4가 튀어나오고 중성자 4개 짜리 핵이 남는 것이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양성자를 1개도 포함하지 않는 ‘원자번호 0’ 상태의 기묘한 원자핵을 관측한 것이다.

한인식 IBS 희귀핵연구단 단장(이화여대 초빙석좌교수)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60년 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테트라 중성자 상태를 알려주는 공명구조를 실험으로 정확히 관측한 것에 의미가 크다”며 “중성자 사이 상호작용과 핵력 이해에 중요한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중성자별 같은 미지 영역 탐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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