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전훈 ‘절반의 성공’

월드컵 전훈 ‘절반의 성공’

입력 2010-01-24 00:00
수정 2010-01-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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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운의 사자’ 이동국(31·전북)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의 낙점을 받아 12년 만의 월드컵 출전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동국은 지난 4일 한국에서 출발해 남아공 루스텐버그와 스페인 말라가로 이어진 20일간의 해외 전지훈련에서 허정무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데 실패했다.

 5차례 평가전 가운데 4차례 선발로 출격한 이동국은 남아공 프로축구 2부리그팀을 상대로 2골을 넣었을 뿐 A매치 3경기에서는 침묵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허 감독은 이동국에 대한 가혹한 평가를 서슴지 않았고 결산 인터뷰에서도 이동국을 겨냥한 둔 가시돋친 발언을 쏟아냈다.

 잠비아에 참패를 당한 뒤 “마땅한 타깃맨이 없다면 남아공에 꼭 데려갈 생각은 없다”며 기대에 못 미친 이동국을 자극했다.

 골문을 여는 해결사로서 뿐만 아니라 역습을 차단하는 1차 저지선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동국의 분발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남아공 2부 프로팀 베이 유나이티드와 연습경기에선 혼자 두 골을 넣어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돌리는 계기를 만든 이동국은 핀란드, 라트비아와 경기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지만 끝내 허 감독의 확신을 얻어내는데는 실패했다.

 허정무 감독은 결산 인터뷰에서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는 기준을 설명하면서 “국내에서는 잘 하지만 국제 경기에서는 그렇지 못한 선수가 있다”고 전제하고 “국제 경기에서 경쟁력이 있는 선수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국이 국내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허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가 대놓고 이동국을 비판했다.

 “이동국은 스트라이커 외에 다른 포지션은 소화할 수 없다.강팀을 상대로 뭔가 해줄 경쟁력이 있는 지 다른 공격수들과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고 “(체력) 회복속도가 좋은 데도 경기장에서 안 움직인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100%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습관일 수도 있고, 게을러서 일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허 감독의 ‘이동국 때리기’가 이동국을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하려는 뜻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최전방에서 골을 넣는 능력은 국내 선수 가운데 이동국이 가장 뛰어나다. 직접 골을 넣지 못해도 수비수를 몰고 다니면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이동국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허 감독은 이동국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조련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지 훈련에서 이동국은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에 그친 셈이다.

 남아공으로 가는 티켓을 굳히지는 못했지만 허 감독의 지속적인 관심은 이끌어낸 것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박주영(AS모나코)이 4-4-2 전형 투톱 한 자리를 예약한 가운데 이근호(이와타)와 김신욱, 노병준, 염기훈(울산) 등과 주전 경쟁을 계속해야 한다.

 이동국에게는 이제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고대하던 월드컵 본선 무대에 12년만에 다시 설 수 있느냐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동국은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18세의 나이로 본선 무대를 밟았으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던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던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부진과 부상이 겹쳐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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