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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돋보기] 돈벌이 이벤트 ‘메시촌극’ 처음부터 팬들은 없었다

[스포츠 돋보기] 돈벌이 이벤트 ‘메시촌극’ 처음부터 팬들은 없었다

입력 2010-08-05 00:00
업데이트 2010-08-0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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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그리고 지난해 일이다. 두 차례나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을 찾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프로축구 K-리그 일정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스케줄로 빈축을 샀다. 촘촘한 일정을 통해 ‘돈벌이’ 행사에만 치중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저 ‘한국 투어’는 시즌을 끝내고 휴가비 정도 벌기 위한 것이라는 쓴소리도 곳곳에서 나돌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선수들은 벅차기만 할 것 같은 거의 모든 행사에 참가해 팬 서비스에 충실했다. 프로다웠다. 팬들과의 만남이나 인터뷰에서 성의 있는 태도로 임한 것은 물론, 축구클리닉에서 만난 어린 아이들에겐 정성이 느껴질 정도로 친절함을 베풀며 함께 공을 찼다. FC서울과의 경기 전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이 들이대는 카메라에 손사래 한번 치는 법이 없었다. 군데군데 드러난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괜찮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을 떠났다. 프로선수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가 보여준 5시간 동안의 ‘손바닥 뒤집기’ 행태는 마치 ‘찾아온 손님이 안방 차지한 격’이었다. 당초 맨유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에 자극받은 바르셀로나는 자신들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의 수단으로 이번 투어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건 물론, 그러한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스페인 수교 60주년 기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바르셀로나는 남아공월드컵에 참가했던 스페인대표팀 선수 8명을 방한 명단에서 슬쩍 제외시켰다. 방한 후에는 더 가관이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리오넬 메시는 기자회견 내내 피곤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리고 3일 밤 과르디올라 감독의 “메시 결장” 선언에 참고 있던 팬들의 불만이 마침내 폭발했다. 5시간 만에 결정은 번복됐고, 결국 메시는 K-리거들과의 경기에 선심쓰듯 15분간 출장해 2골을 터뜨렸지만 팬들의 가슴에 남은 생채기를 쓰다듬기엔 너무 늦었다.

프로모터인 ‘스포츠 앤 스토리’ 측은 물론, 이번 올스타전을 바르셀로나와 엮은 한국축구연맹도 비난을 피하긴 어렵다. 유명 구단만 끌어들이면 흥행은 자동으로 따라온다는 안이한 태도는 위험한 ‘축구 사대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팬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기 위해 그토록 열광했을까. 볼썽사나운 이런 이벤트는 차라리 애초부터 벌이지 말아야 옳았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10-08-0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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