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안녕 ‘태극마크’

이운재, 안녕 ‘태극마크’

입력 2010-08-12 00:00
업데이트 2010-08-12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뛰어서, 그리고 여러분의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습니다”

17년간 한국 축구대표팀 부동의 수문장으로 버텨온 ‘거미손’ 이운재(37.수원)도 마지막 인사에는 결국 목이 메고 말았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 친선 경기를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국민 골키퍼’ 이운재가 생애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에서 아쉬운 동점골을 내주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운재는 이날 생애 132번째 A매치이자 국가대표 은퇴 경기인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 선발 출장해 모두 28분을 뛰었다.

시종일관 한국이 상대를 압도한 전반 초반은 골키퍼로서는 비교적 ‘한가한’ 경기였지만 이운재는 전반 19분 결정적인 실점 위기에서 키를 넘겨 파고드는 공을 주먹으로 쳐내는 선방으로 ‘국민 골키퍼’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전반 27분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다. 나이지리아 공격수 칼루 우체가 절묘하게 감아 찬 프리킥을 피터 오뎀윙기가 헤딩으로 슬쩍 띄웠고 공은 야속하게도 이운재의 머리 위로 날아가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이미지 확대
이운재 그라운드를 떠나며 은퇴경기를 펼친 골키퍼 이운재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한국-나이지리아 경기에서 전반 정성용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이운재 그라운드를 떠나며
은퇴경기를 펼친 골키퍼 이운재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한국-나이지리아 경기에서 전반 정성용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1994년 3월 미국과 친선전 이후 17년간 한국 골문을 굳게 지켜온 이운재는 이렇게 태극전사로서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아쉬운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은퇴 기자회견에서나 경기 직전에도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던 그도 허탈함을 이기지 못한 듯 잠시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골문 앞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하지만 ‘이운재’라는 이름 석 자를 연호하는 관중의 함성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든 그는 이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특유의 힘있는 동작으로 답례의 박수를 보냈다.

이 실점을 끝으로 후반 28분 그라운드를 떠난 이운재는 아쉬움 속에서도 자신을 대신해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후배 정성룡에게 격려의 포옹을 잊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철벽 수문장’으로서 의연한 태도 잃지 않았던 이운재도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에서는 끝내 눈물을 비췄다.

충혈된 눈으로 관중석에 카드섹션으로 수 놓인 그의 이름 ‘운재’와 별 모양을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이미 갈라져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잠시 감정을 삭인 이운재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뛸 수 있어서 행복했고, 팬 여러분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 나는 이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지만 앞으로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할 후배들에게도 지금까지처럼 애정이 어린 눈빛과 성원으로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관중과 후배, 코칭스태프도 그의 마지막을 뜨겁게 배웅했다.

경기 1시간 전 이운재가 몸을 풀려고 후배 골키퍼 김영광(울산), 정성룡(성남)과 함께 등장할 때부터 기립박수를 보낸 관중은 경기 내내 이운재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후배들도 은퇴식을 마친 그와 일일이 악수를 한 뒤 한 판 헹가래로 ‘맏형’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달랬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