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8) 살떨리는 엔트리의 압박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8) 살떨리는 엔트리의 압박

입력 2011-07-06 00:00
업데이트 2011-07-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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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인터뷰 많이 했는데… 돌아보니 미안하네”

“최종 엔트리는 언제 뽑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너 군대 보낸 거 같아. 언제까지 할 거야?”라는 말도 고정 레퍼토리다. 평범한(?) 스포츠기자였던 내가 럭비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얼굴이 까매지도록 합숙훈련을 하니까 신기한가 보다.

여자럭비대표팀이 참가하는 첫 국제대회는 8월 말 상하이(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7인제시리즈다.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최종 엔트리는 12명뿐. 5월 선발전에서 뽑힌 인원은 2배수인 24명이었다. 몇몇이 학업·가정형편·직장 등을 이유로 떠났고, 그 자리를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경험자들이 메웠다.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린 인원은 줄곧 20여명인 셈이다. 점점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동호 감독도 넌지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일러줬다. 이번 합숙이 몇몇에게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엔트리라…. 지난해 남아공축구월드컵을 앞두고 관련기사를 참 많이도 썼었다. 남아공 입성 직전에 아깝게 떨어진 선수들에게 잔인하게도(!) 심경 인터뷰를 시도했다. 잘 몰랐다. 어떤 기분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태극마크를 단 지 채 두 달이 안 된 ‘풋내기 선수’인 나도 떨리는데 평생 축구만 해온 선수들에게 엔트리 발탁은 얼마나 큰 ‘사건’이었을지 새삼 돌이켜 반성해 본다.

참 복잡한 심정이다. 최종 12명에 살아남아서 동료들과 함께 ‘신화’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트라이를 찍든, 벤치에 앉아서 목이 터져라 응원만 하든 역할은 중요치 않다. 이왕 럭비를 시작했으니 무궁화를 달고 달리고 싶을 뿐이다. 한국을 대표해서 대회에 나가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함께 땀 흘린 동료들과 일구는 역사의 현장에 있다면 그 자체로 얼마나 가슴 벅찰까.

반면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도 돼 있다. 엄지발톱이 빠지기 직전이고 손가락 인대는 늘어나서 덜렁거린다지만 중요한 건 ‘실력’이다. 동료들이 나보다 빠르고 나보다 공을 잘 다룬다면 ‘짤리는 게’ 당연하다. 물론 아쉬울 거다. 그동안 흘린 땀이 아깝고, 역사의 순간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도 분할 것 같다. 하지만 욕심과 의욕만 갖고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면 못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난 멤버들 중 출석률 ‘톱3’에 꼽힐 만큼 성실하게 참여했다. 회사일까지 병행하느라 벅찼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내 능력을 최대한 쏟아부었다고 자부한다. 그럼 됐다. 선택은 나의 몫이 아니니까.

7월 1차 합숙이 시작된 4일, 합숙소인 라마다송도호텔에 들어서며 되뇌었다. “조은지, 갈 데까지 가보자.”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7-0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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