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발걸음 가벼워진 김연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발걸음 가벼워진 김연아

입력 2011-07-07 00:00
업데이트 2011-07-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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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외교전’서 진가 발휘…향후 운신 폭 넓어져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가 평창의 2018동계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으로 힘을 보태는 것으로 총성 없는 싸움이 펼쳐지는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진가를 입증했다.

김연아는 2018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올봄에야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섰지만 평창이 동계스포츠의 본고장인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를 압도적인 표 차로 밀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스마트 평창’ 이미지 살렸다 = 한국이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동계올림픽에서 31개의 메달을 따냈지만 그중 29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이는 우리나라가 ‘절름발이 동계스포츠 강국’이란 얘기를 듣는 배경이 됐고, 결과적으로 두 차례의 실패한 유치전에서 평창을 위축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썰매 종목이나 컬링, 스키 등은 고사하고 빙상 내의 한 종목에서만 경쟁력을 갖춘 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이 흥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늘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등장하면서 평창의 이런 고민은 해소됐다.

시니어 데뷔 첫해인 2006년 그랑프리 파이널을 제패하며 화려하게 피겨계에 등장한 김연아는 2009년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2010년에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기록(228.56점)으로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탁월한 기술은 물론이고 음악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풍부한 연기력까지 갖춰야 하는 피겨스케이팅은 ‘선진국형 스포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종목에서 해외 언론매체로부터 ‘용비어천가’에 가까운 찬사를 받는 슈퍼스타가 탄생하자 평창도 한층 어깨를 펴고 경쟁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게다가 김연아는 동계스포츠를 육성하겠다며 시작한 ‘드라이브 더 드림’ 프로젝트의 수혜자이기도 했으니, 평창은 약속을 지켰노라고 더욱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을 열겠다는 평창의 슬로건이 탄생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두 차례의 유치전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 등 다소 무거운 주제로 유치의 당위성을 설득했던 평창은 이번에 이승훈·모태범·이상화 등 ‘빙속 삼총사’와 더불어 김연아의 활약을 앞세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연아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평창 유치위원회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가 하면,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자신의 삶과 꿈을 설명하며 감동을 선사하는 것으로 ‘여왕’의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IOC 위원들은 사석에서 끊임없이 김연아에게 기념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등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다소 무거운 주제에 진지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경쾌하고 발랄하게 꿈을 이야기하는 ‘스마트 평창’ 이미지를 구현해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자극한 것이 여왕이 부린 마법이었다.

◇향후 발걸음 가벼워질 듯..미래의 IOC 위원(?) =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한 차례 정점을 찍은 김연아는 이후 완만하게 하향 곡선을 그려 온 것이 사실이다.

김연아는 2010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늘 강력한 우승 후보였음에도 연달아 준우승에 그쳤다.

”이룰 것을 다 이뤘다”던 자신의 말대로 동계올림픽 우승 이후 찾아온 허탈감과 미래에 대한 고민, 그럼에도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겹쳐 정신적인 피로가 컸다.

게다가 그랑프리 시리즈와 4대륙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 대회에 불참하는 일이 잦아지고 TV 예능 출연 등이 이어지면서 ‘선수의 본분을 잊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김연아는 마치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극도의 부담감 속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쳤던 것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김연아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7년 뒤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동계스포츠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우선 김연아가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필요성을 역설해 온 전용 아이스링크 건설에 탄력이 붙게 되면 이를 계획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김연아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더 멀리 보면 스포츠행정가로서의 가능성에도 큰 기대를 걸 만하다.

김연아는 이미 이번 유치전에서 탁월한 스포츠 외교능력을 드러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인으로서 전 세계를 누비는 김연아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김연아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주변에서 ‘나중에 꼭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돼라’는 말을 많이 하시는데, 선수로서 경력을 쌓고 나중에 그런 길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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