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평창위원장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조양호 평창위원장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입력 2011-07-13 00:00
업데이트 2011-07-1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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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마케팅 개념으로 IOC 위원 접근한 게 주효””1차 투표로 끝나 승리 확신..발표장에 들어갈 때 표정 관리””조직위원장은 국제감각·경영마인드 갖춰야”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7년을 어떻게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평창올림픽의 성패가 갈릴 겁니다.”

강원도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전면에서 이끌었던 조양호 유치위원장은 12일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동계올림픽은 평창에서 열리지만 지방 행사가 아니고 국가적인 사업”이라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국민의식도 한 단계 성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이 예상 밖으로 경쟁도시에 압승을 거둔 점에 대해선 “사실 그만큼 표가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백인백색인 IOC 위원들의 요구에 맞춘다는 국제마케팅 개념으로 접근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평창유치위의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인해 초반에 불협화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은 조 위원장은 “나는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본다”며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흑묘백묘(黑猫白猫)’를 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지 1주일이 지났는데.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유치는 유치고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 그동안 올림픽을 실패로 치른 나라도 많았다. IOC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앞으로 7년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63표나 얻을 것으로 예상했나.

▲1차 투표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IOC 총회 직전에 모나코 군주인 알베르 대공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여러 IOC 위원들의 분위기가 달랐다. 개최지 투표 이틀 전에는 몸으로 느껴졌다. 개최지 투표가 1차에서 끝났을 때 확실히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밖에 낼 수도 없고 해서 발표장에 들어갈 때는 조용히 표정 관리를 했다.

--평창유치위 출범 초기에 불협화음도 있었는데.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체육회, 대한항공 등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이 유치위로 모였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파벌이 너무 심했다. 유치위를 구성할 때도 ‘누구는 이래서 안 된다’ ‘누구는 저래서 안 된다’는 소리가 많았는데 나는 오히려 ‘누구는 이래서 되고’ ‘누구는 또 이래서 된다’는 식으로 생각했다. 누구의 단점보다는 모두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에서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회사를 경영하는데도 원칙으로 삼는 것이다. 하도봉 사무총장이 엄격한 훈육주임과 자상한 엄마 역할을 동시에 해줘 직원들이 단결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인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했나.

▲군대시절 최전방에 근무하며 월남전에도 참전했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인내심을 키웠다. 유치활동하면서 뜻이 좀 안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도움이 된다면 ‘흑묘백묘’를 가리지 않았다. 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피아노, 바이올린 등 모든 악기를 연주할 수 없지만 최고의 하모니를 만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유치위뿐만 아니라 KOC(대한체육회)도 열심히 했고 국내 여러 기업과 사람들도 큰 도움을 줬다. 또 내가 항공사 회장을 하면서 얻은 서비스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도 십분 활용했다.

--대한항공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프랑스 파리공항에서 IOC 위원들을 상대로 제공한 ‘VIP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다.

▲IOC 위원들이 외교 여권을 갖고 다니지만 보안검색을 받으려면 누구나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 지점장들이 에스코트하면 아무래도 빨리 통과할 수 있다. 또 비행기를 갈아탈 때 시간이 촉박하면 우리 직원들이 짐을 들고 뛰어가기도 했다. 우리 비행기를 이용한 것과는 상관없이 서비스했는데 인상이 달라지더라. 이건 돈을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서비스니까 IOC 규정에도 걸리지 않았다.

--IOC 위원들을 설득할 때 맞춤형 전략으로 나섰다고 했는데.

▲유치활동은 국제활동과 홍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국제활동이라는 게 스포츠 인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IOC 위원들은 백인백색이라고 요구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한 명 한 명 철저하게 성향분석을 하고 국제마케팅을 한다는 생각으로 만났다. 솔직히 알프스와 태백산맥은 하드웨어에서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올림픽하는데 꼭 알프스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IOC 위원들의 눈높이 맞춰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이전에는 평창이 정치적인 요소가 많았고 너무 사정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마케팅한다는 생각으로 우리의 장점을 차근차근 설명해 설득해야 했다.

--이전 유치위보다 외국인 컨설턴트가 많았는데.

▲외국인 컨설턴트는 모두 7명을 기용했다. 이들은 과거에는 평창의 경쟁상대로 활동했던 컨설턴트들이다. 그만큼 평창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마찰도 많이 빚었다. 하지만 필요한 컨설턴트였기에 끝까지 싸우면서 항복을 받아냈다. 나중에는 싸우던 직원들과도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특히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컨설턴트인 테렌스 번즈는 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해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더라.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한 것이 화제가 됐는데 언제 어떻게 결정했나.

▲대통령은 한국어로 연설해도 무방한데 5월 로잔 브리핑이 끝난 뒤 대통령께서 영어 연설을 하시겠다고 결정했다. 이후 연습을 정말 많이 하셨다. 더반에 와서는 외국인 컨설턴트들과 함께 제스처까지 연습하셨다. 이번 유치활동에서 큰 역할을 한 문대성 IOC 위원은 영어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원고를 아예 통째로 외웠다. 호텔방에서 밤새 자지 않고 중얼중얼 원고를 외웠다더라. 올림픽 금메달을 그냥 딴 게 아니더라. 운동선수들이 그만큼 의지가 있고 열심히 하니까 성공하는 것이다.

--김연아 등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도 컸는데.

▲김연아는 스무 살 어린 나이에도 배짱이 대단하더라. 혼자 하는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땄으니 그만큼 강심장인 것 같더라. 이번에는 김연아는 물론 IOC 선수위원들을 주로 공략한 문대성 위원과 국제연맹 부회장인 강광배, 김나미 또 전이경, 김소희, 최민경 등 선수 출신들이 자신들의 인맥을 동원해 전부 열심히 했다. 또 나승연 대변인은 ‘진흙 속의 진주’라고 생각할 만큼 역할을 잘했다.

--앞으로 조직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해야 한다고 보나.

▲조직위원회는 정부에서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조직위원장은 국제매니지먼트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위원장은 앞으로 7년 동안 IOC와 협상을 벌이며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IOC와의 약속도 지켜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전문가보다는 경영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십은 물론 스폰서들과의 협상 능력, 서비스에 대한 개념과 국제감각, 매니지먼트 기술, 이런 것들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동계올림픽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강원도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고 지방행사가 아니다. 동계올림픽은 국가적인 행사로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동계올림픽은 2주 동안 열리지만 수많은 관광객이 올 것이다. 단순히 시설과 도로 등 인프라만 잘 구축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서비스와 매너, 언어 등에서 국민 전체가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관광객들이 평창뿐만 아니라 전국을 다니면서 우리 문화를 인식할 수 있다면 동계올림픽은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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