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전 20기 소감… 하늘의 아내 이름 불렀다

19전 20기 소감… 하늘의 아내 이름 불렀다

입력 2011-07-19 00:00
업데이트 2011-07-1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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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셋 대런 클라크 브리티시 오픈 우승



은빛의 우승트로피 ‘클라레 저그’가 품에 들어온 순간, 대런 클라크(43·북아일랜드)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녀가 지금 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겠지요.” 2006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헤더 얘기였다.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것도, 한물간 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도 클라크를 막지 못했다. 스무 번이나 브리티시 오픈의 문을 두드린 끝에 그는 기어코 챔피언이 됐다.

18일 잉글랜드 켄트주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파70·7211야드)에서 막을 내린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에서 클라크는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를 적어내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그의 나이 42세 337일 되는 날이었다. 45세 나이에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제리 바버(미국·1961년), 44세로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로베르토 데 빈센조(아르헨티나·1967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최고령 메이저 대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우승상금은 90만 파운드(약 15억원).

강력한 우승 후보가 아니었던 클라크가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힘이 컸다. 1991년 데뷔해 2000년 앤더슨 컨설팅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에서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4홀 차로 꺾고 우승할 때가 그의 전성기였다. 21번이나 우승했지만 2003년 이후 좀처럼 우승을 하지 못했다.

가정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2005년부터는 아내를 간호하느라 대회에도 자주 나가지 못했다. 결국 2006년 8월 사별하고 두 아들 타이런과 코너를 혼자 키웠다. 2008년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2승을 따냈지만 거기까지였다. 한때 세계 랭킹 톱10 안에도 들던 그였지만 최근에는 111위까지 미끄러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골프가 지긋지긋할 때도 있었지만 도저히 무너질 수 없었어요. 연습, 또 연습, 계속 연습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라고 클라크는 말했다. 이어 “헤더가 날 자랑스러워하겠죠? 아마 ‘그것봐 내가 뭐랬어’라며 좋아할 거예요. 이번 우승은 두 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라며 그는 우승하자마자 아내와 아들을 입에 올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스 북아일랜드 출신인 앨리슨 캠벨과 약혼한 상태다.

그의 소탈한 성품은 많은 팬을 불러모으는 원동력이다. “저한테 기품이나 위엄은 없잖아요. 전 그냥 골프치는 아저씨일 뿐이에요.”라는 클라크는 우승 후 할 일을 물으니 “클라레 저그에 기네스 맥주를 가득 채워 먹는 것”이라고 짓궂게 답했다. “고향에 가면 동네 사람들한테 한 잔씩 돌릴 거예요. 저도 잔뜩 취할 거고요.” 그의 동포이자 같은 메이저 챔피언이기도 한 그레이엄 맥도웰과 로리 매킬로이는 “DC(클라크의 애칭)와 취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벼른다. 영국 골프팬들은 그가 2006년 사별하고 한 달도 안 돼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에 출전해 사흘 내내 승리를 따내 유럽의 완승을 이끌던 장면을 여전히 기억한다. 클라레 저그를 안고 우는 클라크를 바라보며 많은 갤러리들이 함께 울어줬던 것도 그의 인간적 성품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그를 마지막까지 바짝 추격한 필 미켈슨(미국)과의 특별한 인연도 화제가 됐다. 둘은 같은 해에 데뷔했지만 무엇보다 미켈슨의 아내 에이미 역시 유방암으로 투병하고 있다. 미켈슨은 “지난해 아내가 암에 걸린 것을 알았을 때 클라크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면서 “그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006년 라이더컵 개막식에 혼자 나온 클라크를 위해 에이미는 그와 미켈슨 사이에서 걷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클라크는 세계 랭킹 30위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다. 또 EPGA 투어에서는 2018년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가 될 경우 2016년까지 PGA 투어에 자동 출전할 수 있는 권리도 얻었다. 그는 아직 PGA 멤버는 아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1-07-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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