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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돋보기] 女농구, 런던 못 갑니다… 협회 임원님들, 얼마나 기쁘십니까

[스포츠 돋보기] 女농구, 런던 못 갑니다… 협회 임원님들, 얼마나 기쁘십니까

입력 2012-07-02 00:00
업데이트 2012-07-0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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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설마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한국 여자농구가 5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했다. 1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5~8위전에서 일본에 51-79로 참패했다. 5위까지 받을 수 있는 런던티켓을 놓쳤다. 여자농구가 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한 건 1996년 애틀랜타 이후 처음 있는 일.

내용도, 점수도 충격적이었다. 한국은 1쿼터부터 4-29로 크게 뒤졌고, 내내 30여점을 끌려갔다. 실책을 23개나 저질렀다. 일본은 6개. 일본은 5~6위전에 대비해 주전을 아끼며 힘을 뺐지만 끝내 28점 차로 지고 말았다. 선수들은 부상과 피로 누적으로 컨디션이 엉망이었고, 이렇다 할 작전도 없었다. 우리가 일본에 진 건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70-74로 머리 숙인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예고된 참사였다. 지난 4월 대표팀 선임부터 문제였다. 대한농구협회 강화위원회는 우승팀 감독을 선임하던 관례를 뒤엎고 이호근 삼성생명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2009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어 2010년 세계선수권 8강과 아시안게임 은메달,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준우승이란 준수한 성적을 받아든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이 ‘팽’당했다. 협회의 한 임원이 임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으로 보복성 선임을 했다는 정황이 불거졌다. 그래도 협회 임원들은 결국 올림픽에 나갈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 몫이었다. 최종엔트리 두 명이 교체됐고, 출국 전까지 12명이 함께 훈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부상 선수가 워낙 많아 신정자(KDB생명)·변연하(KB국민은행)·최윤아(신한은행) 등 몇몇에만 의존했다. 혹시나 해서 데려간 하은주(202㎝·신한은행)는 무릎이 아파 1초도 뛰지 못했다. 선수들은 자부심 대신 부담과 절박함만 안고 뛰었다. 이런 와중에도 한 임원은 “하은주가 못 뛰는 건지 안 뛰는 건지 모르겠다.”고 화살을 날렸다.

물은 엎질러졌다. 참담한 건 물을 담을 이도 없다는 점. 6개 구단으로 운영되던 여자프로농구리그(WKBL)는 신세계가 돌연 해체하며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인수 구단을 찾겠다던 김원길 총재는 물러났다. 올림픽 진출로 탈출구를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터키 참사로 수렁은 더 깊어졌다. 몸이 부숴져라 뛴 선수들의 ‘런던행 꿈’을 망친 게 누구인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책임질 사람은 깨끗하게 옷을 벗어야 한다. 그래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7-0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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