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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오픈] 누구도 그의 우승 점치지 않았다

[브리티시오픈] 누구도 그의 우승 점치지 않았다

입력 2012-07-24 00:00
업데이트 2012-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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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스, 6타차 역전 10년 만의 ‘입맞춤’

“이런 게 바로 골프다.”

애덤 스콧(32·호주)은 꼭 쥐기만 하면 자기 것이 될 ‘클라레 저그’를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냈다. 영국 랭커셔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장(파70·7086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141회 브리티시오픈골프 4라운드. 2위 그룹에 4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스콧은 전반홀 첫 메이저 우승에 대한 중압감이 역력한 듯했다. 초반 3개홀에서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번갈아 쳤다. 6번홀에서도 보기. 그래도 그의 우승에 의심을 품는 이는 많지 않았다. 14번홀(파4) 3.5m짜리 버디퍼트를 떨궈 다시 10언더파로 추스르자 “롱퍼터가 다시 위력을 발휘했다.”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줄보기’가 이어졌다. 스콧은 15번홀부터 보기를 범하더니 18번홀까지 내리 4개홀에서 1타씩을 까먹었다. 특히 18번홀(파4)에서는 세 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려 불과 1.5m 거리의 파퍼트를 남겨뒀지만 롱퍼트의 위력은 자정을 넘긴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이 홀에서 파세이브만 하면 어찌어찌 연장으로 갈 수 있었지만 클라레 저그는 끝내 그를 외면했다. 스콧은 망연자실 무릎을 꿇고는 먼 산만 바라봤다. 버디 2개와 보기 7개를 묶어 5오버파, 최종합계는 6언더파 274타.

타이거 우즈(미국)에게는 브리티시오픈의 상징 ‘항아리 벙커’가 망령이었다. 선두 스콧에 5타 뒤진 채 4위로 출발했지만 한때 역전승을 밥 먹듯 하던 그에게도 승산은 있었다. 5번홀까지 또박또박 파행진, 이때까지 2타를 까먹은 스콧을 3타차로 따라붙자 가능성은 더 커지는 듯했다. 그러나 욕심이 화근이었다.

가장 긴 파4홀인 6번홀(492야드) 티샷이 페어웨이에 사뿐히 떨어지자 우즈는 ‘투 온’을 노리다 그만 공을 그린 약간 못 미친 벙커에 빠뜨렸다. 첫 번째 벙커샷이 항아리 모양의 수직벽을 맞고 다시 벙커 속으로 돌아왔다. 벙커 밖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날린 네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퍼터가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우즈는 ‘트리플보기’를 적어냈다. 이후 버디와 보기 4개씩을 맞바꾸며 애는 썼지만 이미 기차는 떠난 뒤였다. 최종합계 3언더파 277타.

스콧과 우즈를 각각 2, 3위로 밀어내고 합계 7언더파 273타의 성적으로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받아든 건 ‘빅 이지’ 어니 엘스(43·남아공). 첫날부터 한 자리 순위를 넘나들었지만 누구도 우승을 점치지 않았다. 2002년 챔피언이었던 엘스는 10년 만에 두 번째 우승컵에 입을 맞추면서 “누구도 내가 또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 승수는 4개로 늘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12-07-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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