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퍼트… 고비마다 버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경험한 박인비는 5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려 박세리(5승)를 시작으로 지난해 최나연(26·SK텔레콤)까지 한국 여자 골퍼 메이저 우승컵 숫자를 16개로 늘렸다. 지난해 LPGA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거머쥔 박인비는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어 갈 에이스임을 만천하에 선포하면서 동시에 세계랭킹도 종전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박인비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이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로 3타를 줄인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 내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리고 2008년 US여자오픈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정상에 섰다. LPGA 투어 통산 승수 5승째.
박인비는 박세리(35·KDB금융그룹)를 롤모델 삼아 골프채를 잡은 이른바 ‘88년생 세리 키즈’ 중 한 명이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LPGA 투어 첫 승을 메이저 우승컵으로 장식했지만 이후 동갑내기 신지애(미래에셋)와 최나연(SK텔레콤)에게 철저히 가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2승을 거둬들이며 재기를 선언한 뒤 올 시즌 벌써 2승째를 수확했다.
지난 2월 혼다타일랜드LPGA 대회에서 아리야 주타누가른(태국)의 ‘18번홀 참사’ 덕에 앉아서 우승컵을 얻었다면 이번에는 100% 제 기량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자로 잰 듯한 ‘송곳 퍼트’가 위력을 발휘했다. 2∼3라운드 보기는 단 1개에 불과했다. 4라운드 극심한 우승 압박 탓에 퍼트 수가 31개로 늘고, 보기도 나흘 중 가장 많은 3개를 쏟아냈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어김없이 버디가 쏙쏙 들어갔다.
우승은 4라운드 초반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리며 점쳐졌다. 따로 승부처라 할 만한 홀도 없었다. 1~2번홀 연속 버디로 라운드를 시작, 6번홀 보기로 까먹은 타수를 다시 8~9번 홀 줄버디로 만회한 박인비는 후반 버디와 보기 2개를 맞바꿔 타수를 지켰다. 유소연이 무려 7타를 줄이며 맹렬히 따라붙었지만 이미 벌어진 타수 차가 너무 컸다.
2년 연속 상금왕뿐만 아니라 올 시즌을 앞두고 목표로 내걸었던 ‘올해의 선수상’ 행보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이제 그는 독주 시대를 끝낸 청야니(타이완)를 뒤로하고 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의 진짜 지존 다툼을 벌이게 됐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2013-04-09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