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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편지]이세돌이 알파고에게…“한판 정도 질 수도 있지만 내가 이길 거야”

[가상편지]이세돌이 알파고에게…“한판 정도 질 수도 있지만 내가 이길 거야”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3-08 15:14
업데이트 2016-03-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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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VS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가 오는 9일 오후 1시 대한민국 서울에서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인다. 국내 바둑 팬들은 물론 전세계의 눈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쏠리고 있다.

이세돌 9단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의 이번 대국에 대한 그동안의 언급을 서로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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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내ㆍ외신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세돌 9단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 03. 08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내ㆍ외신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세돌 9단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 03. 08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알파고에게.

안녕, 나는 대한민국 바둑기사 이세돌이야.

그동안 총 1682번의 대국을 해왔지만 컴퓨터랑 바둑을 두는 건 또 처음이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를 조금 얕봤던 거 같아. 지난달만 해도 5번의 대국 중 3대 2 정도가 아니라 한판을 지느냐 마냐 정도가 될 거 같았거든. 다섯 판 다 내가 이길 걸로 봤지.

그런데 오늘 보니 네가 많이 늘은 거 같더라. 연습도 무지 많이 했다고 하고.

나도 조금 긴장은 해야 할 것 같네. 5대 0으로 이길 확률까지는 아닌 거 같아. ㅎㅎ

지난달에는 네 알고리즘을 전혀 이해 못했는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

내일 바로 시작이라 나도 좀 긴장된다.

이번에 알고리즘 설명을 들으면서 네가 인간의 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난번에는 내가 최대 1000수를 생각한다면 너는 100만수, 1000만수를 검색해야 하니까 내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생각의 폭을 줄였다면 위험할 수 있겠어.

그래도 네가 인간의 직관력과 감각을 따라오기는 아직 무리가 아닐까?

내 장점은... 뭐랄까? 직관력과 인간 본연의 감각? 그런거 있잖아.

네가 어느 정도 모방하리라는 느낌은 왔지만 100%로 구현하진 못할꺼야. 그러니까 내가 유리하지 않겠니? ^^

첫판을 지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계신데, 난 너한테 첫판을 진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어. 나는 결승 3번기, 5번기에서 첫판을 지고 들어간 경험이 있어서 네가 이긴 판후이처럼 첫판을 진다고 해도 그렇게 흔들리지는 않을꺼야. 너도 긴장하라구! ㅎㅎ

그리고 너만 시뮬레이션 하는 게 아니야. 나도 머릿속에 바둑판을 그리고 내일 대국에 대한 가상 훈련을 하고 있거든.

물론, 내가 질 수도 있겠지.

내가 지면 바둑계에 안 좋은 영향이 갈 수는 있어. 그러나 지금 시대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 언젠가는 네가 이길테니까.

그러나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네가 이해하고 두는 건 아니잖니? 네가 이겨도 바둑의 완전한 가치가 없어지지는 않아.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거야.

드디어 내일이구나.

만나서 좋은 바둑, 재밌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 두자.

2016년 3월 8일
이세돌 9단이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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