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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알파고, 어떻게 이세돌과 바둑을 둘까?

손 없는 알파고, 어떻게 이세돌과 바둑을 둘까?

입력 2016-03-08 16:36
업데이트 2016-03-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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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6단 구글 직원이 대리 착수… 알파고도 어려우면 장고하고 불리하면 돌도 던져

알파고(AlphaGo)는 형체가 없는 ‘인공지능’이다.

인간처럼 사고할 수는 있지만, 손이 없어 바둑알을 집을 수는 없다.

이런 알파고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대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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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세돌 9단과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단상에 올라 대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세돌 9단과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단상에 올라 대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대국 환경을 연출하려고 노력했다.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시작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반상 대결’은 실제 바둑판 위에서 펼쳐진다.

이세돌 9단이 인터넷 바둑 게임을 하듯 마우스로 클릭하며 바둑을 두는 일은 절대로 없다.

◇ 알파고, ‘대타’가 필요해 = 대국 기간(9·10·12·13·15일)에 알파고는 구글의 클라우드에서 작동한다. 미국 중서부에 있는 서버에서 대국장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알파고의 신경망 역할을 한다.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대신해 이세돌 9단과 마주 보면서 바둑을 둘 대리인을 내세운다.

딥마인드의 대만계 직원이자 아마추어 6단인 아자황이라는 엔지니어가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알을 놓는다. 이 엔지니어가 알파고의 눈과 손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는 모니터를 보면서 알파고가 원하는 자리에 바둑돌을 대신 놓고 이세돌 9단이 놓는 수를 컴퓨터에 입력해 알파고에게 알린다.

아자황은 지난달 10월 알파고가 유럽 바둑챔피언 판후이 2단과 겨룰 때도 대신 바둑알을 놓았다.

아자황은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이세돌 9단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리인이 착점을 잘못한다든지 잘못된 동작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그분이 연습하셔서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한시간은 각각 2시간이며 이후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 알파고, 이세돌과 대국 중에도 실력이 늘까? = 알파고는 월 100만 번의 대국을 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간다.

그렇다면, 이세돌 9단과 다섯번째 판을 두는 알파고는 첫 판을 두는 알파고보다 실력이 더 뛰어날까?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하나의 게임으로 학습할 수는 없다.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며 “수천 개의 데이터가 있어야 새로운 학습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사비스 CEO는 또 “이세돌 9단과 대국하고서 저녁마다 알파고의 프로그램을 개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알파고도 장고를 할까? = 알파고의 연산 속도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렇다고 알파고의 수 읽기가 무조건 인간보다 빠르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그 경우의 수를 따져 중요도를 판단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쓸 수도 있다.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도 어려운 수를 둬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며 알파고도 일종의 장고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알파고는 ‘불계(不計)’ 개념을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둑에서는 승패가 명백하게 갈리면 열세에 있는 사람이 돌을 던져 불계패를 선언한다.

알파고는 대국 중 바둑판에 돌이 놓아질 때마다 다음에는 어떤 위치에 돌을 놓아야 하는지, 그 돌을 놓았을 때 승률이 어떻게 되는지를 계산한다. 그 결과 자신이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계산이 나오면 돌을 던진다.

◇ 승자는 무엇을 얻나? = 이 대국의 승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알파고가 이기면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 기부금으로 쓰인다.

이세돌 9단은 5판을 치르는 조건으로 15만 달러의 대국료를 받는다. 판당 승리 수당은 2만 달러다. 5판을 모두 이기면 10만 달러를 가져간다.

이세돌 9단은 승리하면 약 14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는다.

이뿐 아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모두 돈으로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값진 ‘경험’을 얻는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은 대단한 경험이다.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며 “배울 게 너무 많다. 이번을 계기로 꼭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기대했다.

허사비스 CEO는 “이번 대국에서는 저희가 알지 못했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세돌과 같은 천재적 기사의 기량을 어떻게 극복할지 파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국으로 바둑은 한·중·일 울타리를 벗어나 전 세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이세돌 9단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이세돌 9단에게 제공하는 돈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막대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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