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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vs알파고]3국 보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빈출 바둑 용어 정리’

[이세돌vs알파고]3국 보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빈출 바둑 용어 정리’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3-11 11:25
업데이트 2016-03-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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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작은 바둑판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인공지능간의 대결이 핫하다.
1국과 2국을 보면서 “좌상귀? 소목? 화점?” 등 쏟아지는 바둑 용어에 심신이 지쳤던 사람이라면,
3국을 보기 전에 꼭 이 기사를 보고 가도록 하자.

야, 나도 집 있다!
야, 나도 집 있다!
바둑의 기본 원리. 바둑은 땅따먹기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집 싸움’인데 집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집’이라는 것은 내 돌들로 가로막힌 땅을 의미한다.

이렇게 지으면 가운데 빈공간이 하나, 곧 ‘1집’이다.
이렇게 지은 집이 얼마나 크고 많으냐에 따라 승부가 좌우되는 것이다.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탕이 된 문제의 바둑판.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탕이 된 문제의 바둑판.

좌상귀? 우하귀?
귀신의 이름인가. 이들은 무엇인가.

귀: ‘귀퉁이’할 때 ‘귀’를 떠올리면 된다. 네모진 사각 바둑판의 네 귀퉁이를 뜻하는 말. 응용해서 그렇담 ‘좌상귀’란 왼쪽 상단에 있는 귀퉁이가 되는 것이다.

변: ‘변두리’할 때 ‘변’을 떠올리면 된다. ‘귀’처럼 아예 구석진 자리는 아니지만 바둑판 끝 상하좌우 변두리를 떠올리면 되겠다. 역시나 위쪽에 있으면 ‘상변’, 아래에 있으면 ‘하변’, 좌우에 있으면 각각 좌변·우변이다.

소목과 화점. 소목은 저렇게 한 귀에 두개씩이다.
소목과 화점. 소목은 저렇게 한 귀에 두개씩이다.

그렇다면 화점과 소목은?

도대체 ‘소목’이 뭐길래 해설위원들은 알파고의 ‘소목’ 착수에 그토록 호들갑을 떨었던 걸까. 알아보자.

화점이란 기본적으로 저 바둑판에 찍혀 있는 9개 점들을 의미한다. 보이는가?
소목은 바둑판의 꼭짓점을 (1,1)로 봤을 때, (3,4) 혹은 (4,3)의 자리다. 보통 여기에 두는 것은 아래의 집을 확실히 하고 가겠다는 걸 의미한다.

2국 당시 알파고는 3수째 소목에 뒀다. 보통 화점을 주로 공략하는 알파고의 특성상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그토록 해설위원들이 호들갑을 떤 것이다.

바둑은 집싸움.
바둑은 집싸움.
그렇다면 왜!
상하좌우 귀의 화점이나 소목 같은 ‘귀퉁이’에 먼저 바둑돌을 놓고 보는 것일까?

예시를 보자.
백이나 흑이나 둘다 집 크기는 3 X 3으로 9집이다.
그러나 백은 집 짓는데 돌이 6개 밖에 안 들었고,
흑은 무려 9개나 들었다.
같은 집을 바둑판 중앙에 만든다면? 돌이 12개나 들 것이다.
누구에게 이득인지는 적은 돈에 같은 크기의 집을 구한 사촌에게 배가 아픈 이치를 떠올려 보면 된다.

초읽기에 몰려 초조한 세돌씨 ㅠㅠ
초읽기에 몰려 초조한 세돌씨 ㅠㅠ
다음은 역시나 실검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됐던 ‘초읽기’.

이번 대결에선 이세돌 9단이나 알파고 모두에게 제한시간이 각각 2시간씩 주어졌다.
바둑돌을 어디에 둘까 고민하는 시간을 각각 2시간씩 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시간을 모두 다 사용하게 되면? 그때부터 문제의 ‘초읽기’에 들어간다.
초읽기는 각자 1분, 3회씩 쓸 수 있는데 돌을 놓을 때마다 1분의 시간을 재는 것이다.
직접 계시원이 시간을 숫자로 읽어주거나 혹은 종소리, 기계음으로 대신한다.

덤과 반면승부.
덤과 반면승부.
그렇다면 덤과 반면승부는 무엇?

덤이란 우리가 물건을 살 때 얹어 나오는 ‘덤’을 떠올려도 무방하다.
한 수 한 수가 중요한 바둑의 세계에서 먼저 돌을 둘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흑’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흑이 먼저 두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핸디캡을 줄 필요가 생겼다.
이에 백에게 ‘7집반’이라는 집을 먼저 주고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덤으로 ‘6집반’을 도입하고 있지만, 중국식은 ‘7집반’인데 이번 대국은 중국식 룰을 따랐다.
따라서 2국에서 백을 쥐었던 이세돌 9단은 7집반을 벌고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반면, ‘반면승부’란 덤 없이 승부를 가리는 것을 뜻한다.
‘반면’ 즉, 지금 반상의 모양새로만 승부를 따진다는 것이다.
고로 지금 형세가 ‘반면승부’라는 것은 곧 ‘백이 이긴다’를 뜻한다고 보면 되겠다.
왜인지는 다시 한번 머리를 굴려볼 것.

알파고 불계승, 고로 이세돌 9단의 불계패.
알파고 불계승, 고로 이세돌 9단의 불계패.
이번엔 불계승과 불계패, 계가까지 한 번에 정복하자.

지난 두 차례의 대국에서 우리는 저 충격과 공포의 화면을 두 차례나 봐야했다. 알파고 불계승.

‘계가’라는 것은 바둑을 다 둔 뒤 집수를 헤아리는 것을 뜻한다. 승패를 알아보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인데 간혹 계가를 하지 않고 승부가 결정나 버리기도 한다.

‘불계’라는 의미는 ‘계산을 할 필요 없이’라는 뜻.
고로 ‘불계승’이라는 것은 ‘계산을 할 필요 없이 이겼다’는 뜻이고,
‘불계패’는 ‘계산을 할 필요 없이 졌다’는 뜻이다.
고로 ‘계산을 해 볼 필요도 없이 많이 졌다...’ 정도가 되겠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2연패를 기록해 사람들의 충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세돌 vs 알파고 3국이 오는 13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이들 빈출 용어를 꼭꼭 공부해 해설위원들의 호들갑에도 절대 당황하지 말 것.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하자. 화이팅.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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