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내년부터 여성 경기장 입장 허용 “단 가족과 함께”

사우디 내년부터 여성 경기장 입장 허용 “단 가족과 함께”

임병선 기자
입력 2017-10-30 14:35
수정 2017-10-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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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여성들의 스포츠 관람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모든 경기장에서 조건 없이 여성 입장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

사우디 정부는 리야드, 제다, 담맘 등 3개 도시의 경기장에 여성이 가족과 동반할 경우에만 입장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가 30일 전했다. 와하비즘을 신봉해 남녀 구분이 엄격한 이 나라에서 지난달에 왕가 칙령을 발표해 여성의 운전을 내년 6월부터 허용하기로 한 데 이어 또다시 사우디 여성들에게 좀 더 많은 자유를 선사한 것이다. 콘서트들도 열리고 있으며 영화관도 조만간 문을 열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수도 리야드의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경절 행사에 처음으로 초청받아 입장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보수파들이 왕가의 혁신적인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AFP 자료사진
지난달 수도 리야드의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경절 행사에 처음으로 초청받아 입장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보수파들이 왕가의 혁신적인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AFP 자료사진
모하메드 빈 살만(32) 왕자가 석유에만 의존했던 왕국을 현대 사회로 탈바꿈시켜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며 추진하는 비전 2030에 따른 것이다. 체육부는 3개 도시의 스타디움에서 내년 초부터 가족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남성들만 입장할 수 있었던 경기장의 레스토랑, 카페 등을 손보고 전광판 스크린을 세우는 등의 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모하메드 왕자는 지난 25일 이슬람의 ‘중도 이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사우디를 현대화하는 데 열쇠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인구의 70%가 30세 이하라며 이들은 “우리의 종교가 조금 더 관용을 베풀도록 하는 삶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하비즘을 추종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남녀 구분이 엄격하다. 수도 리야드의 타흘리야 거리를 거닐며 손전화를 들여다보는 여성들. AFP 연합뉴스
와하비즘을 추종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남녀 구분이 엄격하다. 수도 리야드의 타흘리야 거리를 거닐며 손전화를 들여다보는 여성들.
AFP 연합뉴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이 이런 계획에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리야드의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국경일 행사가 열려 여성 입장을 처음으로 허용했을 때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수파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일이 있었다.

여성들은 여전히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강요받고 있으며 모르는 남자와는 말을 섞어서도 안된다. 여행, 취업, 건강보험 등을 원하면 반드시 남성을 동반하거나 그들이 서면으로 작성한 위임장을 들고 가야 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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