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체육대통령’ 유승민… 체육계 변화 열망이 이기흥 잡았다

43세 ‘체육대통령’ 유승민… 체육계 변화 열망이 이기흥 잡았다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5-01-15 01:11
수정 2025-01-1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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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장 선거 막판 대반전

“기쁨보다 현안 해결 고민이 먼저”
정부와 갈등 대화 해결 의지 피력

“李 선거시간 제한 등 꼼수가 패인”
폭설에 늦어 지지층 대거 미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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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전체 투표수 1209표 중 417표를 얻어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직원 채용 비리, 금품수수 의혹에도 3연임을 위해 출마를 강행한 이기흥 현 회장을 38표 차이로 제치면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유 당선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승인을 거쳐 다음달 취임한 뒤 2029년 2월까지 4년 임기를 수행한다. 직무정지 상태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은 자연인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전체 투표수 1209표 중 417표를 얻어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직원 채용 비리, 금품수수 의혹에도 3연임을 위해 출마를 강행한 이기흥 현 회장을 38표 차이로 제치면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유 당선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승인을 거쳐 다음달 취임한 뒤 2029년 2월까지 4년 임기를 수행한다. 직무정지 상태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은 자연인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연합뉴스


“체육인 여러분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부담됩니다. 열망에 화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4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유승민(43) 전 대한탁구협회장은 당선 확정 직후 소감으로 ‘기쁨’보다는 ‘부담감’을 표했다. 이기흥(70) 회장 임기 8년 동안 무너진 체육회 조직을 바로잡고 40대 젊은 회장을 선택해 준 체육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유 당선인은 “지금 체육계에 여러 현안이 있다. 체육인 염원에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기쁨보다 (현안을) 어떻게 풀어 갈지 정말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이번 선거에서는 이 회장과 문화체육관광부 간의 대립에도 두 번의 임기 동안 지방체육회를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탄탄히 다져 온 ‘이기흥 대세론’이 강했다. 어차피 ‘체육 대통령’은 이기흥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왔다.

후보와 선거인 수 모두 역대 가장 많았던 이번 선거에서는 다른 후보들의 ‘반(反)이기흥’ 단일화가 결국 무산되면서 이기흥 대세론이 더욱 굳어졌다. 그럼에도 유 당선인은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전략으로 묵묵히 밀고 나가 대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유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자신을 겨냥한 상대 후보들의 네거티브(비방) 전략에도 “체육인답지 못한 비겁한 행동”이라며 자신만의 비전 제시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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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당선인은 “(체육인들의) 진정성을 믿고 마지막까지 심기일전했다. 오늘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마음이 편했다”면서 “올림픽 준비할 때보다 더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체육계 변화를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체육회가 상급 감독기관인 문체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누구와 척을 져 본 적 없다. 부드럽게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금 당장 정부와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든 현장 현안 해결에 힘쓰겠다. 또한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풀리는 일이라면 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당선인은 2016년부터 지난해 여름 열린 파리올림픽 때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했고 2019년부터는 탁구협회장을 맡아 행정 경험을 쌓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국내 개최를 기념해 설립된 2018 평창기념재단 이사장으로도 일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 나서며 공약으로 ▲2036 하계올림픽 등 메가스포츠 이벤트 유치 ▲지방체육회 및 종목 자립성 확보를 통한 동반 성장 ▲선수·지도자 케어 시스템 도입 ▲학교체육 활성화 프로젝트 ▲생활체육 전문화를 통한 선진 스포츠 인프라 구축 ▲글로벌 중심 K스포츠 ▲대한체육회 수익 플랫폼 구축을 통한 자생력 향상 등을 제시했다.

유 당선인의 임기 동안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가 줄줄이 열린다.

체육계에서는 이 회장의 선거 패배를 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선거 방식을 변경한 ‘꼼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투표로 진행됐던 체육회장 선거는 올림픽홀 한 곳만을 투표장으로 하는 현장 투표로 전환됐고, 전국 단위 선거인단 투표임에도 투표 시간을 150분으로 제한했다. 이를 두고 지지 기반이 튼튼하고 세몰이에 능한 이 회장을 위한 변경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중부지방 폭설과 도로 결빙 등으로 이 회장 지지층으로 분류된 선거인단 다수가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선거인단이 포진한 서울과 수도권 체육인이 유 당선인에게 표를 줬다는 게 체육계의 분석이다. 실제 당선인 발표 직후 올림픽홀 밖에서는 “생각보다 지방에서 너무 많이 안 올라왔다”, “도로 사정이 안 좋아서 출발을 안 했다더라”는 등 낙선자 측 푸념이 들리기도 했다.
2025-01-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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