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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나 - 권석하] 모든 일에 투덜대는 영국인들

[올림픽과 나 - 권석하] 모든 일에 투덜대는 영국인들

입력 2012-07-27 00:00
업데이트 2012-07-2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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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은 오늘 공식 개막하는데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난주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제공한 버스 3대가 길을 못 찾아 1시간도 안 걸릴 거리를 4시간 넘게 런던 시내를 돌아다녀 세계를 즐겁게 해줬다.

다음 날 올림픽 파크가 있는 스트랫퍼드 거리의 전신주에 ‘길 잃은 올림픽 선수 버스를 찾습니다. 혹시 버스를 발견하시면 연락주세요. 후사하겠음’이라고 놀리는 팻말이 붙었다.

●4시간 길 잃은 올림픽 버스

대회 경기장 경비를 맡은 민간경비업체 G4S의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경비 인원을 터무니없이 적게 잡아 파문을 일으킨 원인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었다는 핑계까지 나오니 분명한 것은 이 업체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군인·경찰까지 동원됐는데, 문제는 이들이 자고 먹을 곳이 마땅치 않은 데 있다. 지방에서 불러 모은 군인과 경찰들이 런던에 적당한 거처가 있을 리 없다. 텐트마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근처의 버려진 공장 건물에 임시로 숙소를 정한 군인들의 딱한 사연이 소개되곤 한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입장권 판매 현황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계속 버티고 있으나 현지 언론은 그런 것 같지 않다는 기사를 써대고 있다. 다음 달 2일 오전 1시(한국시간) 한국-가봉의 축구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릴 런던 웸블리 구장 입장권이 너무 팔리지 않아 경기장 일부를 막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단다. 입장권 판매 사이트에는 어제까지 없던 표가 오늘 갑자기 쏟아져 종잡을 수 없다고 불평들이 쏟아진다. 표가 언제 나올지 몰라 사이트에 계속 접속하고 있어야 할 판이다.

●입장권 판매량 발표 안해 구설수

경기 전후의 세리머니에 등장하는 국가와 국기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군 의장대가 투입돼 고된 연습을 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혼동하기 쉬운 국가 리스트가 나왔는데 당연히 남북한도 들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대회 첫 공식 사고가 여자축구 북한-콜롬비아 경기에서 나왔다. 인공기 대신 태극기가 게양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북한이 승리해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분위기다. 졌더라면 두고두고 시빗거리가 될 뻔했다.

대회와 관련해 좋은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국 언론은 영국 언론의 이런 태도가 상당히 신기한 모양이다. 부정적인 영어 낱말들, 특히 ‘g’로 시작하는 낱말들을 열거하며 조롱하고 있다. grumbling(투덜대다), griping(칭얼거리다), grizzling(불평하다), grouching(투덜대다) 등이 영국인들이 올림픽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꼬집는다.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영국인이란 원래 모든 일에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투덜거려야 정상이다. 오죽하면 ‘그레이트 브리튼’을 ‘그럼블링 브리튼’(Grumbling Britain)이라 하겠는가?

개막식 날 맑고 화창할 것이란 예보가 사흘 만에 바뀌어 집중호우에다 심지어 천둥 번개까지 칠 것이란다. 소낙비가 액땜이 돼 다른 사고가 없었으면 하는 것이 요즘 런던 사람들의 솔직한 심경이다.

런던 거주 컨설턴트

johankwon@gmail.com



2012-07-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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