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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공주님 꿈’ 담아 루지 트랙 녹인 통가 청년

<올림픽> ‘공주님 꿈’ 담아 루지 트랙 녹인 통가 청년

입력 2014-02-11 00:00
업데이트 2016-08-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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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루지 남자 1인승 경기가 열린 러시아 소치의 산키 슬라이딩 센터.

이름도 생소한 나라 통가의 청년이 루지 썰매 위에 누워 트랙을 쏜살같이 내려왔다.

1∼4차 시기 합계 3분 33초 676이라는 기록을 낸 청년의 이름은 독일의 속옷회사 이름을 그대로 딴 브루노 바나니(27).

호주 옆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통가 출신으로는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전체 39명 중 32위에 올라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동계올림픽 강국이라는 노르웨이와 부자 나라 호주 선수를 후순위로 밀어낸 바나니의 예상을 깬 꿈의 역주였다.

1년 중 가장 추운 날 기온이 10℃를 내려가지 않는 통가 출신으로 바나니의 도전은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푸아헤아 세미라는 본명 대신 속옷 회사 이름으로 개명하면서 연일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 ESPN과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바나니의 올림픽 도전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가의 공주 살로트 마필레오 필로레부 투이타는 인접한 피지나 사모아보다 더 알려진 자국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자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 육성 프로젝트를 세웠다.

카리브해 소국 자메이카의 올림픽 봅슬레이 도전 신화에서 큰 감명을 받은 공주는 루지를 육성 종목으로 택하기로 하고 독일계 광고 회사와 손을 잡았다.

이 광고회사는 통가 선수를 후원할 기업으로 자국 속옷업체 브루노 바나니를 데려왔다.

라디오 광고로 루지 선수 공개 선발을 접한 세미는 “새롭고 재미있는 일인 데다가 나라를 대표할 수 있다는 영광을 누릴 수 있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신체 조건이 좋고 빨리 루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선수를 원한 주최 측은 평소 럭비로 탄탄한 몸을 뽐낸 세미를 최종 발탁했다.

통가를 널리 알리려는 방편으로 브루노 바나니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최 측의 방침에 따라 세미는 새 이름으로 변경했다.

통가에서는 그에게 브루노 바나니라는 새 여권과 새 출생증명서도 발급했다.

당시 선수 선발에 조언한 독일의 전 루지 여자 선수 이사벨 바르신스키는 “다른 선수들이 유럽 여행을 가고 싶어 선발 지원서를 낸 반면 세미는 새로운 도전을 즐기면서 통가 국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어했다”며 지원 당시부터 태도가 남달랐다고 돌아봤다.

대표로 발탁된 뒤 독일로 건너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맹렬히 준비하던 바나니는 그러나 티켓을 거의 수중에 넣었다가 아쉽게 사고로 출전권을 놓쳤다.

이후 독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독일 루지 대표팀과 합동 훈련을 하는 등 유명 인사로 자리매김한 바나니는 마침내 두 번째 도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고 꿈을 이뤘다.

한편 독일 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이름을 바꾼 것에 대해 바나니는 크게 개의치 않은 데 반해 독일 출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후원업체 때문에 개명하는 것은 씁쓸함을 준다”며 “올바른 마케팅 전략과도 무관하다”고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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