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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열정·인프라·체격’오렌지 빙속’의 힘

<올림픽> 열정·인프라·체격’오렌지 빙속’의 힘

입력 2014-02-17 00:00
업데이트 2016-08-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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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 빙판에 불어닥치는 ‘오렌지 폭풍’이 잠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한국시간) 요린 테르모르스·이레인 뷔스트·하를로터 판베이크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하면서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만 세 종목째 시상대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였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강세다.

4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스피드스케이팅의 한 종목에서 특정 국가 선수들이 1∼3위를 모두 점령한 것은 6차례 있었다. 그러나 특정 국가가 한 대회에서 두 종목 이상을 싹쓸이한 적은 없었다.

아시아권의 강세가 더해지면서 메달 경쟁이 치열해진 21세기에 메달 싹쓸이가 나온 것도 소치올림픽이 처음이다.

네덜란드는 ‘빙속의 힘’을 앞세워 이날까지 금메달 5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를 수확해 ‘우승 후보’ 노르웨이를 제치고 종합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의 강국으로 꼽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운하가 얼어붙으면 전 국민이 스케이트를 타고 달리는 것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장면 중의 하나다.

그러나 처음부터 최강이었던 것도 아니다.

옛 소련과 노르웨이가 지배하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네덜란드는 1964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까지 한 개의 금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68년 그레노블 대회와 1972년 삿포로 대회 등에서 케이스 베르케르크, 아르트 솅크 등 스타가 등장하면서 ‘빙속의 나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TV 중계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기에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등장한 두 선수가 붐을 일으키면서 네덜란드는 새로운 스타를 꿈꾸는 선수들을 계속 배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국민적인 열정은 인프라의 개선을 낳는다.

네덜란드 빙상을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얼어붙은 운하 위의 스케이팅을 떠올리지만, 네덜란드는 최정상의 시설을 갖춘 강국이다.

AP통신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의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에는 400m 트랙을 갖춘 경기장만 300곳 가까이 된다.

국제 대회까지 치를 수 있는 정식 경기장만 따져도 17개에 달하고, 지금도 2∼3곳의 신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 국토의 두 배 면적인 한국에서 제대로 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이 사실상 태릉국제스케이트장 한 곳뿐인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이곳에서 주말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어느새 세계무대에서도 정상의 기량을 보일 선수로 성장한다.

그래서 소치올림픽에서 시상대를 정복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올림픽보다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의 양궁, 태권도와 비슷한 셈이다.

물론, 여기에 타고난 재능이 더해졌기에 지금과 같은 ‘지배’가 가능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에는 축복받은 신체 조건이 가장 중요한 재능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인의 평균 신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긴 다리로 길게 뻗어 나가며 속도를 붙이는 네덜란드 선수들의 스케이팅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들이 몇 배의 노력을 해야 넘어설 수 있는 ‘축복’이다.

조건을 타고난 네덜란드인들은 자전거 타기가 익숙한 문화에서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스피드스케이팅에 적합한 하체 근력을 키우고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차례씩 100㎞ 이상의 사이클 주행을 하는 네덜란드식 훈련은 이 차이를 더욱 벌린다.

이런 환경에서 큰 스타 선수들이 다시 코치가 돼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면서, 네덜란드의 지배는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앞으로 남은 남자 10,000m와 여자 5,000m, 남녀 팀추월 등에서도 네덜란드 선수들은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소치 빙판에 부는 ‘오렌지 돌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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