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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결산] 러시아 부활의 꿈 ‘절반의 성공’

[올림픽결산] 러시아 부활의 꿈 ‘절반의 성공’

입력 2014-02-23 00:00
업데이트 2014-02-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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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개막 전부터 ‘푸틴의 올림픽’(Putin’s Game), 혹은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 등의 수사가 붙어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과 맞물려 자국의 위상을 세계에 드러낼 계기로 생각한 러시아가 소치올림픽에 막대한 물량을 쏟아부어 준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회 준비에 들어간 예산만 500억 달러(약 54조원)를 넘었고, 화려한 개막식은 러시아의 문화적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자연스럽게 개막 이후 관심은 러시아의 성적으로 쏠렸다.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의 깃발을 들고 금메달 7개로 종합 1위를 차지한 1956년 동계올림픽 이래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까지 한 번도 종합 순위표 2위 아래로 내려간 일이 없는 동계스포츠 강국이었다.

그러나 1998년 나가노 대회를 기점으로 조금씩 쇠퇴 기미를 보였고, 2010 밴쿠버 대회에서는 금메달 3개로 종합 11위에 그치는 굴욕을 맛봤다.

소치올림픽에서 얼마나 성적을 끌어올리느냐도 달라진 위상을 과시할 큰 이슈였던 것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대성공이다.

대부분의 일정이 마무리돼 금메달 3개만을 남겨놓은 22일(현지시간)까지 러시아는 무려 11개의 금메달을 쓸어담고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보태 노르웨이(금 11·은 5·동 10)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남은 일정이 끝나더라도 5위 아래로 내려갈 일은 없다.

애초 5∼9개의 금메달을 따내 4위 내외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단숨에 동계스포츠 최강의 위상을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귀화 선수들의 활약과 홈 텃세로 재미를 봤다’는 비판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11개의 금메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개의 금메달이 해외에서 수입한 선수들의 활약에서 나왔다.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8년 만에 3관왕을 재현해 러시아 메달 레이스를 이끌었다.

스노보드 2관왕에 오른 빅 와일드도 미국에서 귀화한 사례다.

피겨스케이팅에서는 김연아가 은메달로 밀려나고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 세계적으로 거센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각국 언론에서 심판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판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회 초반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담합 의혹이 제기되는 등 러시아가 금메달 3개를 쓸어담은 피겨스케이팅에서 뒷말이 무성했다.

메달 사냥에는 성공했지만 잡음을 줄이지 못한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대회 운영에도 비슷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한적한 휴양지에 만들어낸 올림픽 시설들은 큰 문제 없이 대회 일정을 소화했다.

짙은 안개 탓에 몇 차례 경기가 미뤄진 것을 제외하면 거대한 ‘눈 보관 창고’까지 건설할 만큼 우려를 낳았던 날씨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운송 시스템과 경기 운영 등은 무난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몇 차례 화제를 모은 ‘쌍둥이 변기’의 사례에서 보이듯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지 못해 드러난 허술한 준비는 분명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

선수촌에서도 온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등 대회의 주인공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만한 실수도 있었다.

특히 산악 클러스터에서는 대회 개막 직전까지도 막바지 공사를 서두르는 등 완벽하다고 하기에는 구멍이 보였다.

대회 외적으로 생긴 문제들도 아쉬움으로 기록될 만하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마무리했지만, 개막 전부터 테러 위협이 거듭 제기되면서 선수와 관계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른 채 소치에 들어와야 했다.

러시아의 ‘반(反)동성애법’으로 불거진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이유를 대지는 않았지만 각국 정상들이 개막식에 불참하는 등 정치적인 이슈 탓에 소치올림픽은 대회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위기를 겪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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