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심판 돈 거래…KBO, 왜 감췄을까

두산·심판 돈 거래…KBO, 왜 감췄을까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입력 2017-07-02 22:46
수정 2017-07-0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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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심판 4년 전 PO 전날 도움 요청, 대표 개인 돈 300만원 빌려줘

KBO “대가성 없다” 결론 뒤 덮어

프로야구 두산 구단의 김승영 대표가 2013년 10월 LG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앞두고 A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심판 매수’ 의혹이 나오고 있는 데다 KBO가 올 3월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쉬쉬해 왔기 때문이다.

2일 KBO에 따르면 A심판은 당시 음주 중 발생한 싸움으로 합의금이 필요해 두산 구단 김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대표는 개인 계좌에서 현금 300만원을 인출해 빌려줬다고 한다.

KBO 측은 “조사 결과 개인 간 금전 거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이날 내놓은 사과문에서 “사려 깊지 못했던 판단이었지만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점이 묘했다. 김 대표가 돈을 건넨 시점은 두산이 LG와 PO 1차전을 치르기 전날이었다. 상대방 요구에 응했다고 하더라도 ‘신경 좀 써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을 수 있다.

특히 구단 관계자와 심판 사이의 금전 거래는 엄연한 KBO 규약 위반이다. 김 대표가 이를 모르고 돈을 건넸다고 하기에는 아귀가 맞지 않아 보인다. A심판은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에 한 차례 더 현금 지원을 요청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A심판은 두산뿐 아니라 야구선수 출신 선후배, 야구 해설가에게도 돈을 갈취한 사실이 확인돼 KBO리그에서 이미 퇴출됐다”면서 “A심판의 갈취와 승부·경기 조작 연관성을 자세하게 따졌고,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경기를 조작하려고 두산 구단이 심판을 매수한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다.

그러나 KBO는 이를 제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KBO는 지난 3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두산 김 대표와 A심판의 현금 거래에 대가성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김 대표를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매듭지었다. 이게 ‘팩트’라고 하더라도 드러난 사실조차 감추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KBO 측은 “변호사의 법적 조언을 받고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9일 KBO의 지난 3월 상벌위원회 자료를 보고 싶다고 요청해 이번 주 관련 경위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7-07-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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