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린 프리쉐가 3일 베이징올림픽 루지 경기가 열리는 옌칭 슬라이딩 센터에서 취재진에게 다친 손을 보여주고 있다. 옌칭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프리쉐가 3일 베이징동계올림픽 루지가 열리는 옌칭 슬라이딩 센터에서 남긴 기록은 1차 1분7초448, 2차 1분4초996이다. 1, 2차 모두 꼴찌다. 1차에는 12번 코스에서 팔과 다리를, 2차에는 13번 코스에서 손가락을 다친 탓이다. 루지 선수들은 옌칭 슬라이딩 센터의 12번, 13번 코스에서 헤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프리쉐 역시 같은 코스에서 고전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닥치는 부상은 누구에게나 안타깝지만 프리쉐는 부상이 유난히 더 조심스러운 선수다. 2019년 손과 꼬리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으로 지난 3년간 재활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 귀화한 지 6년째지만 선수 생활의 절반을 날린 프리쉐에게 지난 3년은 지금 생각해도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다행히도 프리쉐는 “너무 심하진 않아서 괜찮을 것 같다. 선수촌에 돌아가서 다시 체크해보겠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딸이 다칠까 늘 걱정하는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겠단다.
프리쉐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루지 여자 개인전을 마치고 태극기를 들고 있는 모습. 평창 연합뉴스
프리쉐는 “작년 여름까지 많이 아파서 훈련을 잘 못했다”면서 “부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아직도 손하고 꼬리뼈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이번 올림픽이 내 마지막 무대”라고 밝혔다. 부상 때문에 원하는 만큼 훈련을 못 한 점이 아쉽지만 프리쉐는 지금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으로 올림픽을 치르는 것이 목표다.
프리쉐는 “모든 운동선수가 좋은 모습으로 끝내고 싶어한다. 나도 운동선수로서 마지막이니까 정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후회는 없고, 지금이 그만두기에 적당한 시점인 것 같다. 더 하게 되면 오히려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를 무사히 마치면 어떨 것 같느냐’ 묻자 프리쉐는 “엄청 많이 행복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정말로 화이팅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귀화했던 선수 대부분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간 것과 달리 프리쉐는 한국에 남았을 정도로 한국 사랑이 깊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네일 아트도 태극기로 했을 정도다.
태극기 네일 아트를 보여주는 프리쉐. 옌칭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프리쉐는 “포털 사이트에 남겨주는 코멘트를 읽으면 정말 행복하고 힘이 난다”면서 “한국에서 루지가 비인기 스포츠인데 저뿐만 아니라 루지팀을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었다. 프리쉐는 “올림픽이 끝나더라도 루지팀을 응원해달라”고 당부하며 후회 없는 마지막 무대를 만들기 위해 힘차게 걸어갔다.
옌칭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