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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 첫 빙속 금메달, 절친의 양보가 낳은 기적

흑인 여성 첫 빙속 금메달, 절친의 양보가 낳은 기적

이주원 기자
입력 2022-02-15 01:42
업데이트 2022-02-1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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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잭슨, 500m에서 새 역사

대표 선발전 실수 탓 3위 그쳤지만
주 종목 아닌 1위 보, 출전권 포기
친구 금메달 화답에 눈물의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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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잭슨 UPI 연합뉴스
에린 잭슨
UPI 연합뉴스
‘올림픽 정신’이란 말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는 장면이 있을까.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에린 잭슨(30)과 브리트니 보(34)의 진한 동료애와 도전 정신이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 잭슨은 지난 13일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잭슨은 흑인 여성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딴 메달을 금색으로 장식하며 새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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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보 AP 연합뉴스
브리트니 보
AP 연합뉴스
잭슨이 역사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이 있다. 잭슨의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인 보는 친구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2017년까지 인라인 스케이터로 활약한 잭슨은 2018 평창올림픽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빙상 선수로 전향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24위에 그쳤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얼음 위에 서 있다는 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빙상 선수로서 마음가짐을 다잡은 잭슨은 올 시즌 8차례 열린 월드컵에서 4번이나 금메달을 따내며 단거리 최강자로 발돋움했다.

잭슨은 지난달 열린 미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레이스 도중 중심을 잃어 3위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1위에 올랐던 보가 흔쾌히 자신의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했다. 잭슨이 세계 최정상급 선수고, 500m가 자신의 주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인라인스케이트를 함께 한 ‘절친’이 겪을 고통을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당시 보는 “잭슨을 올림픽에 출전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마음에 아무런 의문이 없었다”며 “그녀보다 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금메달의 기회를 준 것을 ‘영광’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배려는 운도 따랐다. 다른 나라에서 불참 선수가 나오면서 미국에 출전권이 더 생겼고 보도 500m에 나섰다. 비록 16위에 그쳤지만 자신이 금메달을 딴 것보다 더 기뻐했다. 보는 “나는 선발전에서 우승했지만 잭슨은 세계 랭킹 1위였고 지금은 올림픽 챔피언”이라며 “그게 옳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친한 친구의 배려로 올림픽에 출전한 잭슨은 금메달로 화답했다. 경기가 끝나자 둘은 세상에서 가장 진한 포옹을 하며 기쁨을 공유했다. 보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정말 자랑스럽다”고 축하를 건넸고, 잭슨도 “고맙다”고 답했다.

잭슨의 금메달은 ‘1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신의 금메달이 스포츠를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잭슨은 “미국에서 더 많은 소수자가 겨울스포츠에 도전하는 걸 볼 수 있길 바란다”며 “내가 항상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주원 기자
2022-02-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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