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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 세계 정상에 섰던 히다 오리에, 15개월 걸려 첫 LPBA 제패

네 번 세계 정상에 섰던 히다 오리에, 15개월 걸려 첫 LPBA 제패

최병규 기자
입력 2022-09-12 00:23
업데이트 2022-09-1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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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BA 투어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 결승, 이마리 4-2로 제치고 첫 우승

히다 오리에(46·일본)는 여자 3쿠션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를 양분했던 ‘전설’이다. 네덜란드의 테레스 크롬펜하우어와 함계 세계선수권에서 나란히 4개의 우승컵을 수집한 그는 세계캐롬연맹(UMB) 세계랭킹 3위의 명찰을 달고 지난해 7월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에 당당히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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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 오리에가 11일 경기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LPBVA 투어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 결승에서 뚫어지게 목적구를 주시하고 있다.[PBA 제공]
히다 오리에가 11일 경기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LPBVA 투어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 결승에서 뚫어지게 목적구를 주시하고 있다.[PBA 제공]
그러나 1년이 넘도록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2021~22시즌 개막전 예선 라운드 3위에 그쳐 본선 티켓을 놓치며 숱한 투어 선배들이 겪은 ‘데뷔전의 참혹사’를 이어갔다. 세 번째 대회를 마치고는 선천성 망막박리증이라는 질환 때문에 눈 수술도 받아야 했다. 안쓰던 안경도 쓰기 시작했다. 신변이 어수선하니 성적이 나올 리가 없었다. 3개 대회를 빼먹고 네 번 출전한 첫 시즌 최고 성적은 7차 대회의 32강이었다.

첫 시즌을 마친 히다는 “다음 시즌 어느 정도까지 잘 할 수 있으리라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일단 첫 대회를 잘 통과해야 그 다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뀐 시즌 히다는 과연 달라졌다. 개막전을 33위로 마쳤지만 2차 대회인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선 8강에 입성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올 시즌 세 번째 대회인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에서는 세 차례의 서바이벌을 거뜬하게 통과한 뒤 16강에서 LPBA 투어 원년 개막전 챔피언 김갑선을, 8강에서는 투어 3승의 스롱 피아비를 제치더니 지난 11일 우승 후보 김보미와의 4강전에서도 승전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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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 오리에가 11일 경기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LPBVA 투어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 결승에서 뚫어지게 목적구를 주시하고 있다.[PBA 제공]
히다 오리에가 11일 경기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LPBVA 투어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 결승에서 뚫어지게 목적구를 주시하고 있다.[PBA 제공]
12일 경기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결승에서 결국 히다는 51세의 ‘노장’ 이마리를 4-2(11-7 9-11 11-10 11-3 9-11 11-7 )로 제압하고 우승, ‘전설’이라는 자신의 이름값을 해냈다. LPBA 투어에 발을 내딛은 지 7개 대회 만이다. LPBA 최초의 일본 출신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덤이었다.

지난 시즌 43위에 그쳤던 에버리지(0.620)도 0.912로 끌어올렸다. 60만원에 불과했던 지난 시즌 상금의 서른 세 갑절이나 많은 2000만원의 우승 상금도 한 번에 챙겼다.

승부처는 3세트였다. 한 세트씩을 나눠가진 뒤 맞은 세 번째 세트 8-10으로 이마리에게 세트포인트를 허용해 벼랑에 몰린 히다는 길게치기로 한 점을 만회한 뒤 두 점짜리 3뱅크샷으로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키며 흐름을 자신에게 돌렸다.

첫 이닝 3점을 낸 이마리가 이후 10차례 내내 ‘공타늪‘에 빠진 동안 히다는 알토란같은 점수를 차곡차곡 쌓은 끝에 11-3으로 간단히 4세트를 마무리했고, 한 세트를 내준 뒤 맞은 여섯 번째 세트 7-7의 팽팽한 상황에서 두 개의 잇단 원뱅크샷으로 넉 점을 한꺼번에 뽑아내 145분간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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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 오리에가 11일 경기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LPBVA 투어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 결승에서 뚫어지게 목적구를 주시하고 있다.[PBA 제공]
히다 오리에가 11일 경기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LPBVA 투어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 결승에서 뚫어지게 목적구를 주시하고 있다.[PBA 제공]
도쿄에서 나고 자란 그는 6세 때 처음 큐를 잡고 10살때 포볼(4구)로 처음 대회에 출전했다. 큐를 손에 쥔 지 올해로 벌써 41년째다. 그는 “아버지는 당구장으로 생계를 잇고 어머니는 지금도 아마추어 당구선수로 뛰는 등 집안이 당구가족”이라고 소개했다.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의 경기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히다는 “기술에서는 쿠드롱이 단연 최고“라면서 “쿠드롱처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당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당구도 한때 내기 등 어두운 면이 있었던 건 한국과 같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10~15년 전 포켓볼 아마추어 리그가 활성화되면서 인식이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고, 또 변하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특히 주인공 톰 크루즈가 주연해 1987년 개봉된 당구영화 ‘컬러 오브 머니’가 일본 흥행에 성공하면서 포켓볼 붐이 일었다. 그게 3쿠션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내가 여성의 몸으로 당구에 열중할 때도 만류가 없었던 건 물론이고 가족·집안, 주위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병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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