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꺾고 12년 만에 챔스 결승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다.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14일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12년 만의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마드리드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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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 출신으로 지난 시즌까지 레알에서 뛰었던 알바로 모라타(23)가 0-1로 뒤진 후반 12분 동점 골을 넣어 1, 2차전 모두 친정에 비수를 날렸다. 그는 경기 뒤 “다른 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면 좋았겠지만 인생이 그런 것”이라면서 “중요한 골을 넣어 좋은 한편으로 괴로운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동점 골 직후 세리머니를 자제했던 그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유벤투스는 다음달 7일 독일 베를린에서 FC바르셀로나와 단판 대결로 우승을 다툰다. 세계 축구팬들이 기대를 품었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의 불꽃 대결은 무산됐다. 레알이 기적 같은 결승행을 이뤘다면 성사됐을 대회 사상 첫 결승 무대의 ‘엘 클라시코’도 다음으로 미뤄졌다.
1차전이 피를로의 예술 같은 중원 지휘가 빛을 발한 무대였다면 이날 2차전은 부폰의 선방쇼였다. 전반 23분 호날두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23개의 슈팅을 날린 레알 마드리드에 골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UEFA는 공식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부폰을 선정했다.
둘 모두 12년 전 결승을 경험했다. 부폰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벤투스의 골문을 지키고 있지만 피를로는 당시 AC밀란의 중원을 지휘했다. 당시 결승 엔트리에 포함됐던 36명(선발 22명, 교체 14명) 가운데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는 이도 둘뿐이다.
승부차기 접전 끝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썼던 부폰이 결승행을 확정한 뒤 “이건 마치 운명 같다”고 언급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한편 이번 결승 대진은 악연으로 얼룩진 이들의 만남으로도 관심을 끈다. ‘핵이빨’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가 피해자 조르조 키엘리니와 만나고, 과거 인종차별 발언으로 감정이 벌어진 파트리스 에브라(이상 유벤투스)와도 충돌하게 됐다. 수아레스가 모두 가해자였다. 수아레스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대표팀으로 참가해 이탈리아 수비수였던 키엘리니의 어깨를 이로 깨물어 A매치 9경기 출전 정지 등의 징계를 받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5-05-15 27면